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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백미(10kg) 50포 기부하는 김진숙 사장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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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월 5만원씩 시작해 현재 매월 백미 10kg 50포씩 전달... 중구 방산시장 뒷골목에 위치한 맛집 은주정 '김치찌개' 30여년간 운영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인쇄소와 각종 포장자재로 유명한 을지로4가 중구 방산시장 뒷골목에 위치한 '은주정'은 쌈 싸먹는 김치찌개로 인기있는 곳이다.

그래서 점심시간때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번호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최근에는 기다리는 손님들을 배려해 좁은 골목길에 의자를 마련했다.

은주정 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이 바로 이곳의 사장인 김진숙(55)씨다.

자그마한 키에 억척스러운 여걸 스타일의 그녀는 손맛이 끝내주기로 유명하다.
1986년 처음 가게를 시작했을때는 인근 인쇄업자들과 샐러리맨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김치찌개 집으로 알려졌지만 이젠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로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알아주는 손맛 못지 않게 김씨는 숨은 기부천사로도 유명하다.

김씨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8년.

가게가 을지로의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이웃에 받은 사랑을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그 때 을지로동장의 소개로 후원자와 수혜자를 연계해주는 중구의 맞춤형 복지 프로그램인 '드림하티'를 알게 되면서 '기부의 참 맛'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월 5만원이라는 작은 돈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자발적인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 만큼 주위에 알리지 않고 기부를 조금씩 늘려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은주정 사장 김진숙씨

은주정 사장 김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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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매달 약 110만원에 해당하는 백미 10kg짜리 50포씩을 을지로동 저소득 세대에 전달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연 2~3회씩 열리는 중구민 걷기대회에 500여 만원에 상당한 식사권과 드럼세탁기 등 경품도 지원하고 있다. 행사 끝무렵에 통상 후원자가 직접 경품권을 뽑지만 김씨는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정도로 숨은 후원자로 유명하다.

지난해 7월부터는 중구 내 초·중·고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중구인재육성장학재단에도 장학금을 매월 10만원씩 꾸준히 내고 있다.

"빚이 있어도 기부할 돈은 따로 떼어놓고 생활해요. 마음이 우러나 하는게 진짜 봉사죠.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김씨가 2008년부터 현재까지 크고 작게 지원해온 기부액을 환산하면 약 2500만원에 이른다. 은주정의 단골메뉴인 700원 짜리 김치찌개 3571인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넉넉한 기부 만큼 그녀의 인심도 크다.

은주정의 김치찌개는 끓을수록 깊은 맛을 자랑하는데 김치찌개 안에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있기로도 유명하다. 쌈을 싸먹으면 딱 제맛이다. 밥도 양재기에 가득 담겨 나올 정도로 풍성하다.

최근에는 옆의 건물에다 별관을 꾸몄다.

"바쁜 점심시간에 줄서서 먹는 직장인들한테 미안해서 옆 건물에 매장을 늘렸어요. 그만큼 기부도 더 많이 할 수 있어 행복해요"

김씨는 어렸을때부터 힘든 환경에서 자라 돈을 벌면 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어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때 장래 꿈이 뭐냐는 담임선생님의 질문에 "이순신 장군처럼 훌륭한 사람이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게 꿈"이라고 대답했다.

기부의 원천이 그녀의 가게인 만큼 김씨의 경영철학도 뚜렷하다.
매일 아침 전통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정한 가격에 사온다. 싸게 달라고 하지도 않고 비싸게 팔지도 않는다. 남은 음식은 손님이 보는 곳에서 버린다. 직원들은 손님 앞에서 친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게 옥상층에 직원 숙소와 체육운동시설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직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손님들에게 친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주정'이라는 가게 이름은 김씨의 딸 '은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가게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김씨의 남편과 딸, 아들은 가게에서 만큼은 '엄마'보다 '사장님'으로 불러야 할만큼 공사도 구분한다.

현재 중구새마을부녀회 부회장이자 을지로동 부녀회장으로 동네의 소소한 일에 참여하고 있는 김씨는 요즘 더 바빠졌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결성해 운영하고 있는 민요악단 '은주사랑예술단'이 동네 어려운 분들을 위로해주는 위문공연으로 유명해지면서 새로운 행복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

돈을 많이 벌어 큰 집에서 살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김씨의 집은 가게와 가까운 을지로의 11평 짜리 아파트다.

"밤늦게 들어가 새벽에 나오는데 좋은 집에 살 이유가 없어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픈데 없고 남을 도울 수 있으니 행복하죠. '기부의 맛'을 들이면 자발적으로 하게 되요. 남이 알 필요있나요?"라고 말한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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