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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은 옛 한전 부지 소유권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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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서 환수 촉구 천막농성..."박정희 정권때 강제 수용, 법적 요건 안 갖춰 토지 계약 원인 무효"...서울시-현대기아차 '시큰둥'

서울광장 조계종 천막농성장

서울광장 조계종 천막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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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문제원 수습기자]"석가모니불~."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서울광장 인근은 삼보일배에 나선 승려들의 낭랑한 게송 소리로 가득찼다.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불교 행사가 열린 것일까?

뜻밖에도 승려 250여명이 이날 외친 것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옛 한전부지에 대한 소유권이라는 세속적 권리였다. 군사 독재 시절 부당한 계약에 의해 강탈된 땅인 만큼 지금이라도 돌려달라는 요구였다. 옛 한전부지는 한전 소유였다가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10조55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해 사들여 매머드급 사옥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7일 조계종에 따르면, 봉은사는 1970년까지 옛 한전부지를 포함한 약 33만㎡를 소유하고 있다가 상공부 청사 이전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에 강제 수용당했다. 이중 7만9200㎡(약 2만4000평)가 옛 한전부지, 한전은 2014년 10조5500억 원에 현대차에 매각했다. 조계종 측은 1970년 정부와 체결한 매매 계약이 원인 무효라며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강제로 매매 계약을 맺었고, 당시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르면 사찰 재산 매매권을 갖고 있는 주지가 매매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데 실제론 당시 주지 스님이 아니라 조계종 총무원장인 청담 스님이 서명해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조계종 측은 2001년 11월 대법원이 "공공용지 수용 시 협의 취득이 권리가 없는 자로부터 이루어진 경우 진정한 권리자가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다고 한 판례를 원인 무효의 법적 근거로 들고 있다. 조계종 측은 특히 부지 매각이 정부의 강압에 의해 이뤄졌음을 입증하는 각종 문서 등을 근거로 들면서 "강제적 토지 수용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대법원은 1961년 수출공단 조성을 위해 정부가 강제로 수용한 서울 구로동 토지 관련 소송에서 땅을 빼앗긴 농민들의 소유권을 인정해 11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조계종 측은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김봉석 조계종 한전부지환수위원회 대변인(변호사)는 "법적으로 토지를 매매하거나 수용 및 취득을 하려면 원소유자의 서명이 필요한데, 당시 한전부지의 법적 소유자는 봉은사였다"며 "그런데 당시 정부와 체결된 토지 매매 계약은 봉은사가 아닌 조계종 총무원 주도로 이뤄졌고 계약서 서명도 봉은사가 아닌 조계종 총무원이 한 것으로 원인 무효"라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지난 3월말과 지난달 28일 집회와 삼보일배를 개최한 후 지난달 7일부터 서울광장 한켠에 천막 농성장을 차려놓은 상태다. 부처님오신날 이후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법회를 열어 한전부지 개발 인허가 중단 및 소유권 환수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조계종은 서울시에 현대기아차 GBC 개발 인허가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 측에게도 개발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불매 운동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GBC 개발을 추진 중인 현대기아차나 서울시 측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소송 자체가 조계종-국가간의 문제인 데다 각자 자신들은 정상적인 행정행위ㆍ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해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협의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우리는 한전과 토지 매매를 정상적으로 했다"며 "조계종이 한전 또는 서울시가 풀어야할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한전부지 매각 관련 논란은 우리와 관련이 없다"며 "봉은사 주지가 아닌 조계종단에서 허위로 계약해 한전부지를 매매했다면 정부와 조계종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전부지 건축인허가는 5월 중 심의단계에 들어가고 인허가 결정을 거쳐 내년도 1~2월 중 최종 허가가 날 예정"이라며 일일이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시는 조계종의 서울광장 농성장에 대해 무단 점유로 보고 경고 절차를 거쳐 행정 대집행을 통한 철거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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