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안되고 삼성전자는 됐다…기업 성과급 '임금' 판단 엇갈린 까닭[Invest&Law]
"경영 이익 연동 성과급은 임금 아냐"
삼성전자 PI, 근로 성과 연계 인정
SK하이닉스·한화오션은 회사 승소
유사 임금체계 기업들 재정비 불가피
같은 성과급이어도 퇴직금 산정 기준인 '임금'으로 인정될지를 두고 대법원 판단이 엇갈리면서 기업 현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 한화오션, 현대해상 등 주요 대기업 성과급은 임금성을 부정당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목표 인센티브(PI)'만 예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전반적인 경영 지표에 연동된 성과급은 배제하고, 사전 산식이 명확하며 근로 성과와 연관성이 큰 경우만 임금으로 인정된다는 분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SK하이닉스와 한화오션, 현대해상, LX글라스 등의 퇴직금 소송에서 모두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당기순이익·영업이익·경제적 부가가치(EVA) 등 회사의 전반적 경영성과 연결돼 있었다는 점이다.
법원은 이런 지표들이 근로자들의 노동만으로 결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환율이나 경기 변동,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봤다. 결국 해당 성과급은 근로 제공의 직접적인 대가라기보다 경영성과의 사후 분배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급 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돼 있었는지도 주요 판단 요소였다. ▲취업규칙상 근거가 없거나 지급 기준이 여러 차례 바뀐 경우 ▲해마다 노사 합의를 거쳐 지급 여부와 수준이 정해지는 경우 ▲단체협약상 기준표가 있더라도 그 전제가 당기순이익 같은 경영지표에 연동된 경우 등에는 모두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이 단순히 성과급 명칭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구조 아래 지급됐는지를 들여다본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 사건에서는 달랐다. 대법원은 PI는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취업규칙 등에 지급 근거와 산식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었고, 사업 부문 재무성과와 전략과제 이행 정도 등을 반영해 일정 범위 안에서 지급 규모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단순한 이익 배분이 아니라 근로 제공과 직접적·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다만 삼성전자의 성과 인센티브(OPI)는 근로 제공 외에 시장 상황이나 경영 판단 등 외부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보고 임금성이 부정됐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임금성이 부정된 사건들은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처럼 환율, 경제 동향, 정부 정책 등 임금 외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표에 연동돼 있었다"며 "반대로 근로자들의 노력과 성과가 반영되는 구조로 사전에 기준이 짜여 있는 경우에는 다르게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삼성전자 PI는 취업규칙상 계산식이 비교적 구체적이었고 시장점유율이나 재고율, 매출성장률처럼 근로자들의 노력과 연결되는 평가 요소가 반영돼 있었다"며 "다른 회사들처럼 단순히 경영성과가 나야 지급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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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대법원이 사기업 성과급에 대한 일관된 법리를 확립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유사한 임금 체계를 가진 계열사 퇴직자 등의 소송이 이어지면서 관련 법적 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성과급 제도를 설계하는 기업들로서는 평가 요소가 개별 근로자의 성과와 얼마나 밀접한지, 또 지급 기준과 산식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반영돼 있는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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