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에 손 내민 CJ문화재단
창작 생태계 '인큐베이터' 역할
20년 묵묵한 투자 K컬처 결실

이광호 문화스포츠팀장

이광호 문화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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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젊은이의 꿈지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CJ문화재단 이사장)의 이 말은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CJ문화재단이 걸어온 지난 20년은 그 믿음이 현장에서 구현된 시간이었다. 오는 5월26일, CJ문화재단이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2006년 출범 이후 CJ문화재단은 한 방향을 흔들림 없이 지켜왔다. 이름이 알려진 예술가보다 아직 무대에 오르지 못한 젊은 창작자, 특히 대중문화의 비주류 영역에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이다. 화려한 성과보다 가능성에 집중해온 여정이다.

이 영역은 공공이 감당하기에도 쉽지 않고, 다른 기업 문화재단 역시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사각지대다. 성과는 즉각 드러나지 않고 흥행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CJ문화재단은 지난 20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입하며 역할을 이어왔다. 이 같은 투자의 밑바탕에는 '문화가 곧 미래'라는 신념, 이른바 문화보국(文化報國)의 가치가 자리한다. CJ 계열사들의 기부로 이어진 재원은 이러한 철학을 구체화하는 기반이 됐다.


지원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선다. 젊은 창작자에게는 생존의 토대이자 도전의 출발선이 된다. 음악(튠업), 영화(스토리업), 공연(스테이지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확장된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문화 교류를 넓히는 흐름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국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은 결국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성과가 '앞'이 아니라 '뒤'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대중의 시선은 완성된 콘텐츠에 머물지만, 그 이면에는 오랜 지원과 실패를 견디게 하는 구조가 있다. CJ문화재단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토대를 구축해왔다. K컬처의 현재가 화려하다면, 미래는 이러한 조용한 투자 위에서 자란다.


이제 질문은 다음 단계로 향한다. 이 역할을 특정 기업에만 맡겨둘 것인가. 문화산업이 국가 경쟁력으로 부상한 지금, 더 많은 대기업이 '꿈지기'로 나설 필요가 있다.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 생태계를 바라보는 투자,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는 지원이 확대될 때 산업은 더욱 두꺼워진다. 기업 문화재단이 단순한 이미지 제고 수단을 넘어 창작 생태계의 실질적 인큐베이터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정부의 역할도 분명하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공공의 책무다. 문화재단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규제 부담을 낮추며, 장기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좋은 일'을 넘어 '필요한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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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단기간에 성과를 증명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러나 한 번 뿌리 내린 창작 생태계는 산업을 넘어 국가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형성한다. CJ문화재단의 20년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확장이다. 더 많은 기업의 참여와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투자가 결국 가장 멀리 간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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