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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섞어 싸게팔자" 혼합판매 4년째 성과無 악용만

최종수정 2016.04.22 13:35 기사입력 2016.04.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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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기름 섞어 팔아…부정적 인식 탓에 음성적 운영
정유사는 불만, 소비자는 알 권리 침해

휘발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휘발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주유소에서 임의대로 정유4사의 기름을 섞어 파는 '혼합판매'가 시행한지 만4년이 되도록 성과 없이 악용되고 있다. 혼합판매제는 특정 브랜드를 단 주유소라도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기름을 한 유류탱크 안에서 섞어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유4사간 가격 경쟁을 붙여 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한다는 의도로 지난 2012년 4월 만들어졌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주유소 1만2000개 중 절반 가량이 혼합판매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음성적인 운영방식이다. '석유제품 복수상표 자율판매 제도'에 따라 혼합판매하는 주유소는 외부 1곳, 내부 1곳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킨 주유소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소비자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 줄까봐 쉬쉬하는 것이다. 처벌조항도 없어 안 지켜도 그만이다. 대한석유협회, 한국주유소협회, 산업통상자원부 누구도 공식적인 혼합판매 주유소 개수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지에서 성행하는 '혼합판매'에 가장 불만인 건 정유사다. 자사 브랜드를 내 건 주유소와 전량 계약을 해도 허울 뿐인 경우가 많다. 정유사 한 영업사원은 "우리 회사 기름만 100% 쓰겠다고 계약한 주유소가 경쟁사 기름을 사와도 거래를 끊을 게 아니면 눈 감아 줘야 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무늬만 전량 계약'한 주유소에 카드 포인트나 적립 지원을 해주는 것도 정유사 입장에선 손해다. 예를 들어 SK에너지 주유소가 GS칼텍스 기름을 떼다 팔아도 고객들은 기름을 넣을 때 OK캐쉬백을 적립 받는다. 이 OK캐쉬백의 일정 부분은 SK에너지가 부담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알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주유할 때 자신의 자동차에 어떤 회사의 기름이 들어가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다. 제품이 섞이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어디다 물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혼합판매가 기름값을 얼마나 내리는지도 의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은 국제유가에 훨씬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요즘처럼 저유가로 주유소 업황이 안 좋은 시점에서는 혼합판매가 주유소 마진을 늘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은 혼합판매를 양지로 끌어내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4대 정유사 기름의 실제 품질은 차이가 없어 섞어도 품질에 문제가 없다"며 "소비자들이 혼합판매에 대해 제대로 알도록 홍보하고, 주유소도 표시의무를 잘 지키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올해 혼합판매 관련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혼합판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이를 대체할 이름을 최근 공모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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