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세대의 희생을 다룬 영화 '국제시장'이 누적관객 1400만명을 돌파한 것이 바로 1년 전 이맘때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끌며 1980년대 패션이 거리에 다시 등장했고, 추억의 히트곡들도 20여년만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대거 재입성했다. 말 그대로 '복고신드롬'이다. 같은 시기, 해외에서는 미래 첨단과학과 상상력을 결합한 마션, 스타워즈 등의 영화가 열풍을 일으킨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기업들 또한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선진국들이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싸고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한국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 따라잡기로 일군 성공이 마치 자기혁신이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다.
전염병처럼 사회 전반에 퍼지는 복고열풍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노스탤지어(nostalgiaㆍ과거를 그리워하는 향수)'는 때때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착각의 소산이기도 하다.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미래를 두려워하고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최근 헬조선 등 자학적 표현이 잇달아 등장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4대 개혁은 국회에서 개혁 그 자체 의미보다 정쟁의 대상으로만 소비되는 안타까움이 크다.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입법 하나가 시급한 이때, 여야는 과거 이데올로기 프레임에 매몰돼 있다. 특히 급변하는 경제와 첨단기술을 직시하고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전문가가 극히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세계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더 나은 미래'라는 저서에서 오늘날 위기는 미래세대를 고려하지 않는 채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들 때문에 오고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는 "세상은 확실히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예측이 필요한 시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미래학자 리차드 왓슨은 "미래는 먼저 아는 사람이 아니라 깊이 깨닫는 사람이 주도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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