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진동 적고 사생활 보호 장치까지 갖춰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바퀴 없이 하늘을 떠서 달리는 열차를 일상생활에서도 볼 수 있을까." 1993년 대전엑스포를 찾은 수많은 어린이들은 이런 의문을 품었다. 대전엑스포에는 처음 자기부상열차가 전시돼 있었던 것.
이제는 정말 현실에서 자기부상열차를 타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일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해 43분 만에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역. 지상으로 올라가자 높은 천장의 건물 중앙에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의 정류장이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물 내부에 정류장을 설치할 수 있었던 건 "소음과 진동이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플랫폼에 정차해 있는 에코비에 오르자 다음 역을 향해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레일에서 8㎜ 떠서 달린다. 그래서인지 흔들림이나 불안감은 전혀 없다. 직선 뿐 아니라 곡선과 경사로를 지날 때도 승차감은 한결 같았다. 일반열차에서 나는 바퀴와 철로의 마찰 소리는 전혀 없다. 귀를 때리는 건 오직 난방기의 바람 소리 뿐이었다.
신병천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열차사업단장은 "자기부상열차의 실내·외 소음은 모두 65㏈ 이하로 70~80㏈인 고무차륜열차보다 조용하다"면서 "물잔을 채운 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진동이 적어 승차감이 우수하고 친환경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열차들보다 유지·관리·운영비를 30%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업무단지역을 빠져나오자 눈앞에 서해바다가 펼쳐졌다. 해안도로를 옆에 두고 달리는 열차는 워터파크역을 지나 종착역인 용유역에 도착했다. 6개 역 총 6.1㎞ 구간. 용유역에서 돌아본 레일에는 전선이나 소음방지벽 등이 없어 자연 경환을 전혀 해치지 않았다. 자기부상열차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국가가 장기간 연구개발을 지원한 결과물이다. 1993년 대전엑스포 전시용으로 자기부상열차를 최초 개발한 이후 2006년 실용화 사업계획으로 확정, 4149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며, 공항에 설치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오는 3일 일반운행을 시작한다. 단기적으로는 장기주차장 이용객과 마시안·을왕리해변, 무의도·실미도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할 전망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카지노 등 주변 시설들이 모두 들어서면 이용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년 동안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3단계 확장노선 추진 상황 등에 따라 유료 전환이 결정될 예정이다. 신 단장은 "러시아 등에서 직접 방문해 시승해볼 정도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제2 제주 공항 등 열차가 신설되는 곳에 도입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