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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리포트]오바마의 저주?‥이번엔 공화당에서 버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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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공화당 대선 레이스가 '버서(birther) 이슈'로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있다. 버서 이슈란 특정 대통령 후보에 대해 미국 출생자가 아니어서 피선거권이 없다는 주장이나 의혹을 의미한다.

'2016년 대선 판(版)' 버서 이슈의 중심에는 공화당 유력후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서 있다. 크루즈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 최근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여론조사 선두를 달려온 도널드 트럼프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사진=위키피디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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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3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최후 승자는 트럼프가 아닌 공화당과 보수파의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 크루즈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소개했을 정도다.
크루즈 의원의 출생지와 후보 자격에 대한 의문과 논란은 지난주부터 공화당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선봉에는 정적에 대한 독설에 일가견이 있는 트럼프가 섰다.

최근 들어 크루즈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오던 트럼프는 버서 이슈를 앞세워 전면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트럼프는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크루즈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면서 "(크루즈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에서 국적 문제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판결이 나오는 데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크루즈 의원은 1970년 캐나다 앨버타주의 캘거리에서 출생했다. 부친은 쿠바계이지만 어머니가 미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에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소년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크루즈는 최근까지 캐나다 국적도 함께 유지했다가 2014년에야 이를 포기했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함께 공세에 나서면서 이 논란은 점차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화당 경선후보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심지어 크루즈의 대통령 자격 문제에 따른 소송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는 캐나다 총리가 될 자격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크루즈 의원은 진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가 해외에서 낳은 아이는 분명 미국 출생 국적자와 마찬가지 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의미 없는 논란은 이제 중지돼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통령 자격에 대한 정치적, 법적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오는 21일 폭스 비즈니스TV를 통해 전국에 중계될 공화당 대선 토론회에서는 크루즈 의원의 자격시비를 두고 후보들 간 거친 입씨름이 불가피해졌다.

최근까지 버서 이슈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강경보수단체 '티 파티'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괴롭히는 데 쓰는 '전가의 보도'였다. 이들은 2008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당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의 출생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왔다. 오바마가 아버지의 고향인 아프리카 케냐에서 출생했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원천적으로 없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2012년 미 대선에서도 이 문제는 어김없이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하와이 출생 증명서를 찾아내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래도 보수파들은 출생 증명서가 위조됐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괴롭혔다. 특히 트럼프는 당시에도 오바마의 출생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대표적 보수 논객이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공화당 내 버서 논란을 드러내놓고 고소해하는 분위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이 문제에 대해 논평을 요구받자 "대통령의 출생을 둘러싼 7~8년간의 소동 끝에 공화당 유권자들이 크루즈 의원을 후보로 선택한다면 상당히 모순적일 것"이라고 비웃었다. 심지어 그는 "크루즈는 실제로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캐나다 시민권을 포기한 지도 18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며 논란에 부채질을 하기도 했다.

사실 크루즈에 대한 버서 논란의 불씨도 따지고 보면 민주당에서 던져진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후보에 나서는 앨런 그레이슨 등이 크루즈의 출생문제를 들어 소송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문제를 WP가 당내 경쟁자인 트럼프의 입장을 확인하는 기사로 실었고 이를 계기로 트럼프가 이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찌됐건 버서 이슈는 미국 대통령 피선거권 자격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과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법적 요건은 나이 35세 이상에 미국에서 14년 이상 거주한 '태생적인 미국인(Natural-born citizen)'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 태생적 미국인의 허용범위다. 부모가 시민권자이더라도 미국 영토 밖에서 태어난 미국인이 대통령 피선거권을 지닐 수 있는지를 두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미국 대통령의 출생지를 둘러싼 논란의 역사도 꽤 길다. 18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1대 대통령이었던 체스터 앨런 아서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 버몬트주 출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가에선 그의 부친이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목회를 했고 아서 대통령이 태어난 곳도 미국이 아닌 캐나다였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아서 대통령도 이 논란에 대해선 명쾌하게 해명을 내놓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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