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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미디어 좌충우돌'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2000-2016. 대한민국 21세기 언론 26년의 비극은, 변화에 느린 미디어가 변화에 빠른 독자와 정상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상황을 근거없이 낙관하며 거의 최악의 상태로까지 흘러왔다는 점이다. 지금도 정신 못 차린 이들이 없지 않겠지만, 위기 의식만큼은 100% 공유하게 되었다.

신문 1면 톱기사가 독자의 첫 관심과 미스매칭하면서 시장 와해가 시작되었지만, 이것을 내내 고고한 언론이 저열한 독자를 향해 혀를 차며 끌탕을 하는 것으로 대응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아마도 2-3년 사이 신문들이 보여준 변신과 방송이나 새로운 디지털 매체들이 보여준 '독자를 향한 교언영색'은, 태도 자체는 180도 전환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뉴스 소비자에 대한 언론 자체의 인식은 그대로였다. 독자를 얕잡아 보고 가볍게 보는 태도는, 일시적으로 독자들을 끄는 낚싯밥의 개발에 열중하게 했고, 그 결과 깊은 '미디어 불신'이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포털이라는 '뉴스 중간상인'들이 막강한 세력을 형성해, 미디어 전부를 하도급 업체처럼 부리는 '미디어들의 미디어 권력'으로 자리잡으면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존 미디어들은 지리멸렬의 '뉴스공장'으로 변해버렸다. 개성적인 콘텐츠로 자립하고자 하는 미디어들은, 일정한 성취가 없는 건 아니지만, 파리 날리는 좌판에서 참담하고 외로운 투쟁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다.

종이신문을 보지 않고, 방송 시청을 줄이기 시작한 '콘텐츠 소비자'들은, 10년 동안 PC에서 노는가 싶더니, 몇년 전부터 갑자기 그 물에서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24시간 손안에서 떼지 않는 스마트폰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비좁은 모니터에서 무슨 뉴스를 보며, 무슨 콘텐츠를 감상한단 말인가, 하는 태도로 가볍게 여겼던, 뉴스 유통자들은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모바일 대책을 세우느라고 미디어마다 진땀을 빼고 있다.

이런 급속한 시장판의 대이동 속에서, 고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선 미디어들이 겪는 가장 헷갈리는 문제는 '뉴스 소비자'이다. 단순 셈법으로 계산하자면, 종이신문과 방송의 소비자가 빠져서 PC로 갔으니, 사실은 같은 독자이며, PC의 뉴스소비자가 빠져서 모바일로 갔으니, 사실은 같은 독자이다. 그러니, 같은 독자라면 다른 방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매체 특성만 고려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장 심플한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종이신문의 소비자가 빠져서 PC로 가는 동안, 중요한 '변형'이 생겼다. 즉 기존의 PC유저들과 종이신문 독자들이 합류하면서 독자들의 형질변화가 생긴 것이다. 종이신문 독자의 특징이 상당히 많이 사라져버렸고, PC매체의 특징을 반영한 뉴스소비 행태가 뚜렷해졌다. 그러나 pc유저들 중에서 과연 누가 핵심적인 콘텐츠 소비자인지 분석하는 틀이, 과거보다 선명하지 않고, 예측이나 진단은 늘 틀려 왔다. pc에서 모바일로 가면서부터는 더 종잡을 수 없어졌다. 아예 신문 뉴스소비자의 특징은 휘발해버린 듯 하고, pc와도 다른 '한번도 보지 못한 괴물체와 같은 뉴스 소비자들'이 그곳을 헤엄치고 있다.

재미있게 만들어주면 터치할까. 뉴스를 재빨리 공급해주면 관심을 보일까. 괴상한 것을 내놓으면 볼까. 야한 것을 늘어넣으면 어떨까. 아니면 아예 좀 더 깊이 있고 음미할 만한 이야기를 내놓을까. 수준을 낮춰볼까, 아니면 높여볼까. 일단 거기서도 포털들이 일정한 힘을 발휘하고 있으니, 그쪽의 입맛에 맞춰서 구명도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존의 것을 고수하자니 반응이 시들해지는 것을 붙잡을 수가 없고, 새로운 것을 내놓자니 아예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감내하기 어렵고, 진퇴양난에서 자기들만의 '생쇼'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 나의 신세타령을 할 때가 되었다. 디지털 분야의 경쟁이 지금보다 더 치열할 때에는, 뉴스콘텐츠를 신속하게 재치있게 내놓는 '열심'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속한 미디어를 디지털 파워 상위에 올려놓게한 힘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선이 복잡해지고 우수마발이 모두 각개전투를 벌이는 이런 싸움터에서는, 열심과 열정과 열근(열난 근무)이 구세주가 이미 아니다. 독자는 목 마른데 뭐가 목 마른지 잘 모르는 것 같고, 미디어도 목 마른데 샘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 같고, 갈증은 넘치는데 정작 내놓는 콘텐츠들은 식상하고 번잡하며 허튼 것들 뿐이다.

주말이고 일요일이고 다른 매체들의 동정을 들여다보며 훌륭한 '인재 풀'을 부러워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냥 막연하게 '내가 하면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만용을 부렸던 것을 부끄러워한다. 오늘 문득 TV'서프라이즈'에서 입양아로 인생을 시작한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만난다. 훌륭한 가문이었던 친부모를 생물학적인 정자공장이었을 뿐이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던 그의 '엄혹한 고독'과 '맹렬한 고립'을 생각한다. 올 한해동안, 한 인간이 어디까지 나아가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는, 2016년 12월31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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