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만 있고 감액 없는 상임위 예산안 심사
국토위, 예산·기금 2조5598억원 증액..농해수위·산업위도 예산 늘리기
지역구 의원 입김 무시 못해…예결특위 떠넘기기도 문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해 예산안 예비심사에 돌입한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예산규모를 정부안보다 앞다퉈 늘리고 있다. 상임위 당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 이상 증액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상임위 차원의 증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취합해 최종 예산안을 조율해야 하는 예결특위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상임위가 예산 심사에서 '게이트키핑'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최근 예산과 기금을 포함해 2조5598억원이 늘어난 43조3783억원(예산 24조759억원, 기금 19조3024억원)의 예산안을 확정해 예결특위로 넘겼다. 철도와 도시철도 예산이 약 1조3000억원 가량 늘었으며 도로 예산 증액규모도 7000억원을 웃돌았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같은 날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2조3000억원 증액된 21조6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의결하고 심사보고서를 예결특위에 제출했다. 당초 정부는 전년대비 동결 수준으로 예산안을 마련했다. 부처별로는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증액규모가 1조5000억원, 해양수산부는 5000억원을 각각 늘렸다. 해수부 예산 중에는 정부가 절반으로 삭감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예산을 두배 늘린 내역도 포함됐다. 농해수위는 2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 의결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도 예결소위에서 정부안보다 1조7000억원 규모로 예산을 늘렸으며 오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확정할 방침이다.
상임위가 증액 위주로 예산안을 심사하는 것은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을 외면할 수 없는데다 그 다음 심사단계인 예결특위로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이다. 상임위 예산심사가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특히 국토위의 경우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어 증액규모가 다른 상임위에 비해 많다는 분석이다. 국토위가 의결한 예산안을 보면 지방 신규 도로 공사를 위한 예산배정건수는 100여 건에 달한다. 20억원 이하 소규모 사업 가운데 증액이 5억원 미만인 경우가 33건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민원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결특위 소속 여당 의원은 "예결특위라는 관문이 남은 상태에서 동료 의원의 요청을 상임위 차원에서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며 증액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예결특위가 실질적인 계수조정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점도 상임위의 예산심사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액 보다는 감액 의견 반영이 높다는 점도 상임위 예산의 증액을 부추긴다.
현행 국회법 84조5항에 따르면 '예결특위는 소관 상임위의 예비심사내용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된 '존중'은 상임위에서 삭감된 세출예산에 한한다. 이 조항에는 "삭감된 예산 금액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세목을 설치할 경우 소관상임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국회법에는 증액 의견에 대해 예결특위가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결국 감액만 반영하고 증액 예산안은 예결특위가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증액이 늘어나면 사실상 최종 관문인 예결특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올해 예결특위가 심사할 상임위 예산은 정부안 보다 10조원 정도 웃돌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액규모가 커지면 솔직히 심사하기가 힘들다. 상임위의 예산심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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