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아침]인간이 처음 하늘을 날던 날

[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1903년 오늘 오전 10시 35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호크 인근 언덕. 쌀쌀한 날씨 속에 오빌 라이트는 ‘플라이어 1호’의 엔진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곧이어 프로펠러는 엔진소리와 함께 오빌이 탄 비행기를 공중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플라이어 호는 12초 동안 36.5미터를 날았습니다. 이는 동력으로 인간이 하늘을 나는 최초의 모습이었습니다. 3일 전 형 윌버 라이트가 도전했다가 부상 당한 뒤 마침내 성공했던 것입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이날 라이트 형제는 3차례 더 비행에 성공합니다. 마지막 시도에서는 59초 동안 255미터를 날았습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사건을 지켜 본 구경꾼은 고작 5명에 불과 했습니다. 언론도 사실을 믿지 않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라이터 형제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형 윌버 라이트는 자동으로 신문을 접는 기계를 만들었고, 동생 오빌 라이트는 연을 만들어 친구에게 팔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들은 자전거가 어떻게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지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자전거 수리공으로 먹고 살던 형제는 자전거를 일일이 분해해가며 자전거 균형의 비밀을 찾아 냈습니다. 이 지식은 나중에 비행기를 만드는데 커다란 자산이 됐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박쥐 날개 모양의 글라이더를 타고 비행에 성공했던 독일 과학자 오토 릴리엔탈이 돌풍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에 라이트 형제는 ‘우리가 나는 기계를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읍니다. 이미 형제는 어릴 때부터 수많은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날려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물리학자도, 과학자도 아닌 자전거 수리공의 힘으로 인류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날 ‘지구촌’이란 말이 나오게 만든 사람은 결국 라이트 형제인 셈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끈기 있는 위대한 도전이 인류를 도약시켜온 사례 입니다. 수천 번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도 그 좋은 예죠.

한편 ‘플라이어 1호’는 현재 미국 스미소니언 협회 산하의 항공우주 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