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유라시아시대 첫걸음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최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way) AH 1 일본-한국-중국-인도-터키'라고 씌여진 문구가 크게 다가왔다. 전에도 봤던 표지판인데 이날 따라 유독 남달라 보였다.
그 전날 나진-하산 시범 프로젝트 운송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일본-한국-중국-인도-터키'라는 문구가 다소 허황되게 느껴졌다. 과거 실크로드 시대에나 가능한 시나리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진-하산 시범 운송 사업을 보면서 이 시나리오가 전혀 불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정부나 언론에서도 이번 시범 운송사업 완료 이후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달 1일 러시아산 유연탄을 실은 화물선이 북한 나진항을 거쳐 포항 신항에 무사히 도착해 하역 작업을 할때 많은 언론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사업은 러시아산 유연탄 4만500t을 러시아 하산- 북한 나진 간 철도를 거쳐 나진항에서 포항으로 배에 옮겨 실은 후 우리 기업이 이용하는 첫 선례다. 시범 운송을 보기 위해 우리 기업 관계자들이 나진을 찾았고, 러시아와 북측의 관계자들을 만나 실사도 했다고 한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 9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처음으로 논의됐다. 이후 5년 만인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한ㆍ러 공동성명'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 프로젝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북한 접경도시 하산과 북측의 나진항까지 철도 54㎞를 연결하고 나진항의 제3부두를 개발하는 철도ㆍ항만사업이다.
사업성 검토도 이미 끝났다. 기존 블라디보스토크 항로보다 시간ㆍ유류비 등이 10~15% 절약됐다는 것이다. 이번 시범운송 사업에 석탄대금과 운송비를 합쳐 400만 달러(44억원)가 투자된 것을 감안하면, 4억~5억원의 경제성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연탄의 품질은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러시아산 원료를 이미 사용해 본 적이 있다"며 "이번 시범운송의 경로가 러시아산 유연탄을 들여오는 최단 코스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유연탄 품질이 사실상 검증된 만큼 운송비 절약을 볼때 경제성이 다른 루트 보다 확보됐다는 얘기다.
사업성 측면에서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 남한 포항을 잇는 육상ㆍ해상 복합 석탄 수송이 기존 블라디보스토크 항로보다 시간ㆍ유류비 등이 최소 10~15%, 장기 계약만 된다면 더 많은 비용이 절약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여러 가지 난제가 남아 있다. 대북 리스크와 러시아를 둘러싼 불안한 국제 정세가 그것이다.
러시아-북한-한국 등 3각 협력 사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려면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제정세 변화도 문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러시아와 냉전 이후 최악의 관계를 보이고 있는 점이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섞인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담그는 일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남북 사이의 경제협력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시도하고 발전시킬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정치적으로도 경색된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조그마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sinryu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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