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경기상황은 50년 주기 콘트라티예프 파동의 하강 국면으로 추정된다. 한국 경제가 요소투입 증가와 공업 고도화에 따른 생산성 증가로 높은 경제 성장기에 접어든 것이 1965년 무렵부터니까 그동안 여러 단기와 중기 사이클을 거치면서 얼추 50년에 이른 셈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일본과 같은 장기적 하방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녀 교육열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자녀교육에 돈을 다 써버리고 대책 없이 노인이 된 사람들은 절대빈곤층 혹은 차상위계층으로 전락하여 국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많은 노인들을 먹여살리느라 재정이 다른 생산적인 곳에 쓰이지 못해 영원히 침체의 늪에 빠지는 유럽 재정위기의 비극이 명약관화하게 예상되는 수순인 것이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는 뻔히 예상되는 일반적인 단기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대책 없이 노령화되는 거대 인구층에 대한 노후 대책 수립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교육부나 고용노동부 산하 사적 연기금 운용을 한꺼번에 풀링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제도 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규모 연기금의 경우 운용 풀(pool)에 들어가면 그동안 연기금 관리자들이 누려온 온갖 '갑질'과 '권한'을 잃기 때문에 풀 가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여의도에서 가장 힘센 분은 국회의원이나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모 기금의 자산운용팀'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사적 연기금이라도 그 실패나 비효율은 고스란히 가입자인 일반 국민, 나중에는 국가에 돌아가기 때문에 관할 부처가 엄격한 감시와 철저한 감사를 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정치권이나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줄을 타고 이상한 곳에 투자를 유치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국회에서 국정조사 논란이 일고 있는 자원개발 건도 지난 정부에서 국민연기금더러 투자하라고 적지 않은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수많은 소시민들이 이용하는 우체국금융도 권력층을 등에 업은 엄청난 민원에 시달린다.
공적연금이 이 같은 권력기관의 압력에서 자유롭도록 견제와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법을 제ㆍ개정 해서라도 반드시 연기금 운용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제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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