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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엔저病 커진 건 '신흥국 소비' 얕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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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일본경제 연구한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선진국에만 공들인 日, 혁신 소홀해져…절반의 성공 아베노믹스, 부작용도 커
투기 헤지펀드 들어와 '약엔' 비정상적, 무역수지 갈수록 나빠져 'J커브' 잠잠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00엔숍, 반값 햄버거, 바겐브로(저가 맥주), 1엔 단말기…'
199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상품들이다. 우리도 요즘 1000원마트, 반값할인, 저가맥주가 인기다. 소비시장만 그런건 아니다. 통계청은 2017년 우리나라가 고령사회(65세 인구가 총인구의 14%)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연 2.7%로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 저성장ㆍ고령화에 소비시장은 저가경쟁을 하고 있고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도 일본화(日本化)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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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사진)은 1980년대 후반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부를 다녔던 때를 떠올려보면 지금의 한국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했다. 소비시장에선 파격세일이 유행했다. 여성은 결혼만 하면 '사요나라'를 외치며 직업시장을 떠났다.

일본 도쿄가 고향인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재일교포 1.5세다. 재일교포 1세 아버지와 2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학교 때 닉스(NICs, 한국ㆍ대만ㆍ홍콩ㆍ싱가폴 등 신흥공업국)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썼던 계기로 한국에 건너오게 됐다. 1988년부터 30여년간 일본경제를 연구해왔다.
"제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던 당시만 해도 청년취업 문제가 지금의 한국처럼 심각하진 않았죠. 같이 렌터카를 타고 디즈니랜드도 가고, 낭만이 있었죠. 경제규모도 당시와 비교하면 한국이 좀 더 앞서 있을 거에요. 다만 소비시장의 저가 트렌드나 인구구조의 문제는 당시 일본과 지금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소비경제와 본원경제를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 "저가 위주로 소비시장이 편성된다는 건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소비가 풍요로워지는 이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성장의 과실'이 아니라면 소비를 일으키는데 한계가 있죠. 버는 힘이 약해지면 고용, 기업 등 공급사이드가 망가지게 됩니다."

엔고(円高)도 마찬가지다. '원화가 비싸지는 건, 원화를 많이 버는 것과 균형 있게 가야 한다.' 이 수석연구위원의 견해다. 그는 단적인 예로 한ㆍ일 해외유학생 규모를 들었다. 미국에 체류하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6만9000명이다. 일본은 1만9000명이다. 일본 인구가 우리의 3배인 점을 감안하면 큰 격차다. 그는 "일본은 엔고로 해외명품을 사고 유학이 늘어난 덕을 보긴 했지만 '버는 힘'이 약해 그것이 오래가지 못한 것이다"고 했다.

아베노믹스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엔화가치가 급락했고 주가도 뛰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를 설계한 하마다 고이치 교수도 내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일본의 재계 정서와는 괴리가 커 일본 내부에서 비판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엔화약세에 투기적인 요소가 개입해 있는 점을 지적했다. "지금 엔화에는 헤지펀드가 많이 개입해 있습니다. 미국은 주가가 뛸만큼 뛰었고, 중국과 유럽경제가 지지부진한 사이 아베가 여러 이벤트를 만드는 일본 시장에 헤지펀드 자금이 들어온거죠. 헤지펀드가 일본 주식을 사고, 엔화를 팔면 '환헤지'가 되죠. 이것이 '일본 기업 주가상승→엔저'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와 구매력평가환율과 실질실효환율을 반영하면 엔화약세는 이론적으로 비정상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일본경제가 'J커브'를 말하기엔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도 지적했다. 'J 커브'는 환율 상승을 유도하면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악화되다가 상당 기간이 지나면 개선되는 현상이다. 그는 "엔저가 시작된지 2년이나 지났는데도 뚜렷한 무역수지 개선이 나타나지 않은 점을 보면,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혁신에 있어서 일본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던 거죠"라고 평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한일 양국 기업의 승부수는 볼륨존(신흥국 중산층 소비시장) 전략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나 LG가 일본 기업보다 발빠르게 신흥국 중산층 소비시장을 선점한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면서 "과거 일본은 선진국 시장에 주력하고 신흥국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것이 혁신을 약화시켰는데, 앞으론 그 부분이 더 커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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