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근현대 서양 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이 열렸다. 19세기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그리고 20세기 모더니즘, 추상표현주의로 이어지는 서양미술사조를 대표하는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이 한데 모인 전시다. 미국에서 최초로 근대회화 전시를 시작했던 워싱턴 D.C의 '필립스 컬렉션'이 처음으로 서울에 소개된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개막한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라는 제목의 전시는 내년 3월 12일까지 총 108일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7월 대전시립미술관 개관사창 최단시간, 최다관객을 동원한 '피카소와 천재화가들' 전시를 보다 업그레이드 해 구성한 전시로 작품 평가액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사의 흐름들과 더불어 독자적인 풍을 구축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이 들라크루아의 '바다에서 나오는 말'과 대비돼 소개되고 있다. 각각 19세기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전자가 안정미, 여성미를 부각시켰다면, 후자는 역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이어 '객관적인 눈으로 그린다'는 사실주의의 대표주자 쿠르베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사조인 '인상주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사실주의의 규칙을 깨고 빠른 시간에 '빛'이 형상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 인상주의는 마네, 모네와 시슬레, 고흐, 드가 등의 작품들에 담겨 있다. 전시장에선 인상주의 화가 중 '세잔'의 작품들이 부각돼 소개되는데, 이는 세잔이 인상주의에 머물지 않고 공감과 깊이감을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산을 오르고 정물을 연구하며 '현대미술에 획을 그은 화가'로 평가받고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세잔이 고향으로 내려가 그렸던 유명한 그림 '생 빅투아르 산'이 비치돼 있다. 또한 유럽에서 시발된 인상주의 화풍이 어떻게 미국에서 이어지고 변형돼 갔는지도 알 수 있다. 모리스 프랜더개스트의 작품은 점묘법의 앙점을 확대·해석해 개성적으로 표현한 점이 특색이다.
20세기 들어 개인의 정감을 강조한 '앙티미즘(INTIMISME)'의 거장 보나르와 뷔야르, 대상들의 재배치를 통해 독특한 정물과 풍경을 남긴 조르조 모란디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세기의 거장이자 입체주의의 창시자인 파블로 피카소, 입체주의 조르주 브라크, 후안그리, 존 그레함 등의 작품과 이어 추상미술주의 아버지 칸딘스키, 율동적인 곡선과 탐미적인 색채를 통한 상징적인 모티프를 그린 조지아 오키프, 코코슈카, 샤임 수틴, 아서도브 등의 그림들도 한데 모아져 있다. 이어 ‘액션페인팅’ 을 창시한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주자 잭슨폴록, 니콜라 드 스탤, 숭고의 미학을 보여주는 명상적 추상화를 선보인 마크 로스코, 자신만의 작업방식으로 색면 추상을 선보인 모리스 루이스 등 현대미술 작품들과 함께 한국작가로 유일하게 김환기 작품의 '점화'가 전시장에 걸려 있다. '점화'는 환기재단이 필립스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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