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의 엔진' 30년, 세계 수준 강심장으로
'일본 심장' 이식하며 배운 그 기업…이젠 1년마다 새 제품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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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30년 전인 1984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경기도 용인 마북리에 현대차 연구소가 설립됐다.

전년도 여름 정 명예회장이 "차를 만들어온 지 20년이 다 됐는데 어떻게 우리 엔진이 없냐"며 독자엔진 개발을 독려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해외, 특히 미국에 진출해 차를 팔기 위해서는 독자기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엔진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엔진개발실이 발족, '알파프로젝트'에 착수했지만 당시 연구원들은 무엇을 만드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이전까지 해외 완성차업체가 개발한 엔진을 가져다 쓸 뿐 자체적으로 개발할 생각이 없었던 탓이다. 당시 외국 업체는 물론 내부에서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틀을 만들기 위한 주조에서부터 난관을 겪었고 국내 부품업체도 엔진개발에 대한 인식이나 기술이 전무했다"며 "도움을 얻기 위해 외국업체에 손을 뻗어도 '작은 회사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느냐'며 수모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현대차는 엔진 독자개발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거듭된 실패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이전까지 현대차에 엔진기술을 전수해주던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80년대 중반 "로열티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며 마북리 연구소를 폐쇄해줄 것을 요청했다. 잠재 경쟁자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정 명예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개발로 방향을 잡았다. 몇년이 지난 1991년, 현대차는 국산 최초 독자엔진 알파를 내놨다. 이 엔진은 스쿠프에 가장 먼저 적용됐다. 현대차는 포니, 스텔라, 엑셀 등 이전까지 출시한 차에 미쓰비시의 엔진을 써왔다.


로열티 인하를 앞세워 현대차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구보 도미오 미쓰비시자동차 회장은 한 강연에서 "기술개발에 매진하지 않으면 앞으로 현대차로부터 엔진을 사다 써야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겼다.


10여년이 지난 후,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났다. 현대차가 2004년 내놓은 중형급 세타엔진은 미쓰비시에 수출되는 쾌거를 일궜다. 2000년대 초반 현대차는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ㆍ미쓰비시와 함께 엔진을 개발하기 위한 회사를 설립했는데, 세타엔진을 개발해 두 회사로부터 5700만달러의 로열티를 받게 됐다.


현대차는 알파엔진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꾸준히 기술개발에 몰입, 다양한 배기량별 엔진을 잇따라 내놨다. 2004년 북미 고급차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4년여간의 개발기간에 거쳐 내놓은 타우엔진은 미국 자동차전문매체 워즈오토로부터 '10대엔진'에 3년 연속 선정됐다.


일찌감치 유럽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승용디젤엔진도 자체 개발, 2000년 4기통 D엔진을 처음 선보인 후 UㆍRㆍS 등 다양한 차급에 적용되는 디젤엔진을 잇따라 내놨다. 최근 출시되는 쏘타나에 적용된 누우엔진은 지금도 실제 제품에 구현하기 쉽지 않아 해외 완성차업체도 중도 포기한 연속가변밸브리프트(CVVL) 기술이 들어갔으며, LPG엔진을 다루는 기술은 세계 최정상급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독자엔진 알파 이후 현대차의 엔진개발주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알파가 7년간의 연구개발ㆍ시험과정을 거쳤지만 두번째 베타엔진은 4년 만에 나왔다. 이후에는 거의 1년 단위로 신형 엔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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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까지 열린 현대기아차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는 기존 카파엔진을 다운사이징(배기량을 낮추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높이는 기술)한 3기통 카파 1.0 터보 GDI엔진이 처음 소개됐다. 동력성능을 높이는 터보기술과 연비향상ㆍ배출가스 저감효과가 있는 GDI 기술이 같이 적용된 차세대 엔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개발엔진은 연비를 높이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한편 성능까지 좋아져야 한다"며 "과거 라이센스 엔진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꾸준히 연구개발에 몰두해 해외 업체에 수출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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