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은 탐정 스카티와 함께 높은 건물인 종탑에 올라간다. 스카티는 고소 공포증 때문에 그녀를 더 이상 추적하지 못한다. 종탑에 올라간 매들린은 그곳에 뛰어내려 추락사한다. 그는 이 사고의 현장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현란하고 교묘한 각본은, 위대한 스토리텔링 시대의 정수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영화 시대의 초기 걸작들에는, 문학의 최전성기에 무르익은 '문자 스토리텔링'의 내공을 그대로 이식한 흔적이 있다. 오직 스토리만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초기 영화에서 스토리의 정수를 자주 느끼면서,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문자를 이탈해왔는지 탐색해보는 일은 흥미롭다. 말하자면 스토리 고고학의 일부라 할 것이다.
폴 오스터의 '현기증氏(미스터 버티고)'는 공중 부양술의 재능을 지닌 어떤 남자의 이야기이다. 허공에 떠 있을 수 있거나 공중을 걸어다닐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한 그는, 곡예사로 살아간다. 이 작가 또한 문자시대를 결산하는 스토리의 대가이다. 하나의 기이한 소재가 끌고가는 이야기의 힘을 스스로 즐기며 긴장된 호흡을 만들어가는 솜씨가 능란하다. 오스터는 히치코크의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을까. 허공이라는 것과 현기증이라는 것. 인간이 평생 붙어있는 땅이라는 대상과, 그것과 이격한 거리가 발생시키는 공포감. 여기에는 인간을 묶는 치명적인 저주에 대한 반성과 문제의식이 개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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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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