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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도에 관심 있으십니까(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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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하고 의미심장하다고 여기는 말, 도(道)는 길이라는 뜻의 한자말일 뿐이다. 물론 그 의미는 걸어다니는 길을 은유한 것이다. 보조관념인 길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원관념인 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도덕경을 쓴 노자는 '길은 길일 수 있지만 항상 길인 것은 아니다"라며, '길'이라는 표현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게 요긴하고 적당해 보여서 '길'이라는 말을 쓴 것이지, 도(道)가 반드시 길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마음 속에 '자아'라는 어떤 핵심적인 운전기사가 있어서 그 자가 생을 드라이브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이입을 하지 않은 채, 외부에서 단순히 인간을 관찰하면, 그것은 머리와 가슴과 배, 그리고 다리를 지닌 특유의 형상의 존재일 뿐이다. 인간의 생을 그런 눈으로 다시 파악하면, 100년 안쪽의 시간 속에서 덩치가 커지고 그것이 그 몸이 늙어 쓰러지는 존재이며, 또 다리와 다른 것을 이용해 세상의 공간들 속을 이리지리 이동하다가 마침내 멈추는 존재이다. 그 시간과 공간을 합쳐서 생각하면, 생장노쇠사멸하는 몸이 궤적을 그리며 이동하는 슬로모션같은 것이 생이다. 도는 그 슬로모션의 궤적 중에서 의미있고 따를 만하다고 여겨지는 한 궤적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생은 길로 은유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권장할 만한 길이 있다. 물론 권장하는 길이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도(道)에는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인생을 잘 걸어간 사람,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게 걸어간 사람, 인간이 인간을 넘어서서 초인의 경지로 걸어간 사람. 그런 사람의 노하우를 미리 깨우쳐 시행착오를 줄이고 좀 더 나은 길로 걸어가고자 하는 의욕이 도(道)라는 한 글자에 모여들었다.

그것은 물론 발을 움직여 걷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마음 속에도 길을 낼 수 있지 않는가. 습관을 들이는 것, 혹은 행동이 능란하게 잘 돌아가게 하는 것, 기술이 쌓이는 것. 이런 것들을 우린 길을 낸다고 한다. 세상의 규범들을 인간의 행동 법칙으로 내면화하는 것을 우린 길을 들인다고 한다. 그러니 그 길 또한 '도(道)'를 은유하는 또다른 보조관념일 것이다.

길은 몸뚱이를 이동시킨 흔적의 결과이며, 넓은 길, 단단한 길일 수록 많은 몸뚱이들이 지나간 흔적이기에 믿을 만한 길일 가능성이 많다. 길이 넓어지는 데에는 한 사람이 간 흔적을 믿고 따라간 다른 이들의 신뢰와 공감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린 길을 만나면 그 넓이가 주는 의미를 이미 이해하고 활용한다. 고속도로는 국도보다 대체적으로 더 필요하며 대중적이며 빠른 길이다. 대도는 소롯길보다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도(道)는 반드시 큰 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그것을 어렵게 하고 그것에 대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많은 이들이 걸어간 길이 오히려 그릇된 경우도 많았으며, 길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실은 그릇된 길이거나 길이 아니었던 것일 수 있다. 이 문제의식이, 길에 대한 다른 관점, 치열한 논점을 만들어내는 촉매같은 것이리라. 다시 노자의 말로 돌아가면, '길은 길이지만 항상 길일 필요는 없다'는 그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옳다고 생각한 하나의 길'에 대해 다른 반격을 내놓으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그 길만이 길인가. 노자는, 스스로가 절대불변 유아독존의 어마어마한 진리를 발견했다는 선언이 아니라, 지금 많은 이들이 길이라고 믿고있는 그것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소박한 경고발언을 하고자 했다. 대중이 몰려간 그 99%의 신념 바깥으로 소외받고 있는 1%의 길에 대해, 우리 한번 생각해보자는 문제의식이, 진짜 도(道)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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