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마음 속에 '자아'라는 어떤 핵심적인 운전기사가 있어서 그 자가 생을 드라이브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이입을 하지 않은 채, 외부에서 단순히 인간을 관찰하면, 그것은 머리와 가슴과 배, 그리고 다리를 지닌 특유의 형상의 존재일 뿐이다. 인간의 생을 그런 눈으로 다시 파악하면, 100년 안쪽의 시간 속에서 덩치가 커지고 그것이 그 몸이 늙어 쓰러지는 존재이며, 또 다리와 다른 것을 이용해 세상의 공간들 속을 이리지리 이동하다가 마침내 멈추는 존재이다. 그 시간과 공간을 합쳐서 생각하면, 생장노쇠사멸하는 몸이 궤적을 그리며 이동하는 슬로모션같은 것이 생이다. 도는 그 슬로모션의 궤적 중에서 의미있고 따를 만하다고 여겨지는 한 궤적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물론 발을 움직여 걷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마음 속에도 길을 낼 수 있지 않는가. 습관을 들이는 것, 혹은 행동이 능란하게 잘 돌아가게 하는 것, 기술이 쌓이는 것. 이런 것들을 우린 길을 낸다고 한다. 세상의 규범들을 인간의 행동 법칙으로 내면화하는 것을 우린 길을 들인다고 한다. 그러니 그 길 또한 '도(道)'를 은유하는 또다른 보조관념일 것이다.
길은 몸뚱이를 이동시킨 흔적의 결과이며, 넓은 길, 단단한 길일 수록 많은 몸뚱이들이 지나간 흔적이기에 믿을 만한 길일 가능성이 많다. 길이 넓어지는 데에는 한 사람이 간 흔적을 믿고 따라간 다른 이들의 신뢰와 공감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린 길을 만나면 그 넓이가 주는 의미를 이미 이해하고 활용한다. 고속도로는 국도보다 대체적으로 더 필요하며 대중적이며 빠른 길이다. 대도는 소롯길보다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도(道)는 반드시 큰 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그것을 어렵게 하고 그것에 대해 옷깃을 여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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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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