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조선사의 업종 특성을 몰라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조선사는 선박을 건조하기 전에 선주로부터 계약금을 받는다. 이는 재무상태표에 '선수금'이라는 부채로 기록된다. 요컨대 조선사가 선수금이 늘어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수주 물량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호황기에는 선수금 유입으로 부채비율이 급상승한다. 불황기 조선사는 유입된 선수금이 줄어 부채비율은 되레 안정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업종을 크게 금융업, 제조업, 수주업, 소매유통업, 서비스업 5가지로 나눠 각각의 재무제표에서 집중해서 봐야할 계정과목과 재무비율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실제로 조선업의 부채비율처럼, 하나의 계정과목이 다른 업종에서 다르게 읽혀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많다.
조선사와 건설사를 예로 들어보자. 재고자산이 적어야 좋다. 조선사의 선박이나 건설사의 아파트는 애초부터 살 대상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건조나 시공에 들어간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의 재무상태표에 완제품(재고자산)이 쌓여있다면 애초에 인수하기로 약속한 고객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실 신호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우리의 삶은 사실상 모든 것을 기업에 의지하고 있다. 재무제표 지식이 영어 구사능력보다 세상살이에 더 필요하다고 과언이 아니다"면서 "버핏이 재무재표를 읽어가면서 투자의 전설이 된 것처럼 독자들도 인생이 풍요로워지기 바란다"고 썼다.
*진부화:공장, 기계, 설비와 같은 고정자산의 수명의 단축화로서 발명, 생산공정의 개량, 경제적 조건의 변화와 같은 기술진보, 또는 기호의 변화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시설재의 내용연한이 단축되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 업종별 재무제표 읽는 법'/이민주 지음/스프링 출간/값 1만7000원>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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