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은 26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을 방문해 긴급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주 이사회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지만 수습되지 못했다"며 "오는 30일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원칙과 절차를 존중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이 기한을 정해 사태를 해결하라고 강하게 주문한 것은 당사자들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3일 이 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이사회를 열었지만 이사들 간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는 당사자들 각자의 주장만 다시 한 번 얘기한 채 끝나 불신만 더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전산시스템 변경 갈등과 관련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정 감사위원이 거부해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교체에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모두 합의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사회에서 의결한 사안을 경영진이 뒤집으려 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국민은행이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업그레이드한지 5년 만에 전산시스템을 변경하는 것도 비효율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의 강력한 주문에도 불구하고 30일에 열릴 이사회에서 사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전에 그룹 차원에서 물밑 작업이 이뤄질 수 있지만 이사들 가운데 어느 한쪽이 물러설 경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당사자 양쪽이 다 납득하고 합의를 할 수 있게 사태를 해결해야하지만 쉽지 않다"며 "이번 사태가 끝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텐데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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