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르포]"하늘나라에 있는 할무이들, 굽어 살피소서"

최종수정 2014.05.26 06:00 기사입력 2014.05.25 14:10

댓글쓰기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해원진혼굿 대구서 열려

24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해원진혼굿이 열렸다.

24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해원진혼굿이 열렸다.

썝蹂몃낫湲 븘씠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100년, 200년 안 죽고 살아서 (일본정부의) 사죄를 꼭 받겠다."
14살 때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이수산 할머니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중국에서 62년 동안 한 맺힌 삶을 살다가 10여년 전에 고국 땅을 밟은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어야 할 만큼 거동이 불편하다. 위안부 생활로 인한 후유증 탓이다. 그럼에도 이 할머니는 고향인 대구에서 열리는 위안부 관련 행사라면 빠짐없이 참석한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기필코 받겠다는 생각으로 산다. 그래서인지 90살이 다 됐지만 눈도 밝고 귀도 밝다"고 했다.

이수산 할머니처럼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거나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심신이 짓밟힌 생존자 할머니 수는 55명에 이른다. 200여명이 넘는 할머니들은 끝내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눈 감았다.

가슴 속 한을 풀지 못하고 이승과 작별한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일본군 위안부 해원진혼굿' 행사가 24일 대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렸다. 해원진혼굿은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천도를 기원하는 굿'이다. 1990년 서울에서 처음 열렸고 13년 후인 2003년부터 서울, 통영, 순천,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진행됐다. 지난해 9월 서울 시청광장에서 굿을 올린데 이어 이날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주최로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는 위안부 피해사실을 신고한 26명의 할머니들 중 7명만이 생존해 있다.
굿을 주관한 황해도굿보존전수회 회원은 "우리도 죽으면 해원진혼굿을 해주냐고 생존해 계실 때 슬프게 물으시던 할머니의 눈을 잊을수 없다"며 "이제라도 당신들이 원하시던 해원진혼굿을 바칠 수 있음이 고맙다"고 했다.

이날 행사엔 대구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명이 함께 했다.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무더운 날씨에도 할머니들은 앞서간 할머니들을 추모하며 자리를 지켰다. 대낮에 공원에서 벌어진 굿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시민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절절한 추모사에 발길을 멈췄다.

이날 이수산 할머니와 함께 무대 위로 오른 이용수 할머니는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다. 초경을 시작하기 전 15살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가 됐다. "여러분 위안부가 뭡니까. 저는 부모가 지어주신 이용수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할무이들, 굽어 살피소서. 여기 있는 이분들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세요." 할머니의 간절한 외침에 참석자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행사 내내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 계시던 이선옥 할머니는 추모사를 마치고 내려온 이수산 할머니의 손을 말없이 잡았다.

안이정선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한많은 이 생을 떠난 지 오래지만 지금도 구천을 떠돌고 계실 수많은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해원진혼굿을 마련했다"며 "이제는 이승에서 못다 이룬 꿈 다 내려놓으시고 가벼이 높이 오르시고, 하늘나라에서는 고통없이 늘 평안하시기를 빈다"고 말했다.

김상순 황해도굿보존전수회 이사장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와 할머니들의 마음이 치유되지 않고 상처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살아있는 사람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며 "일본군 위안부 해원진혼굿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마음을 바쳐 성심성의를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TODAY 주요뉴스 하석진 "개에게 젖 물리고 폭행도 당해"…가혹행위 폭로 하석진 "개에게 젖 물리고 폭행도 당해"…가혹... 마스크영역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