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원장은 선거개입·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 정치적 사건으로 정권에 치명적 부담을 안겼다. 해임요구가 빗발쳤지만 박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달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남 원장을 지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또 다시 그런다면…"이란 단서를 달아 그를 끝내 보호했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떠받치는 '대북정책'의 견고함은 김장수 실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역시 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뢰를 받았지만 세월호 정국에서 예기치 않은 일로 낙마했다. 정치인도 아닌 그가 던진 비정치적 말은 정치적으로 해석돼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국가안보실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말 뜻 그대로의 단순한 설명은 사실이지만 적절치 않았다.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안긴 채 그는 사표를 내고 22일 청와대를 떠났다.
일련의 결정은 김기춘 비서실장만은 내줄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로 최소한 청와대 핵심참모진 교체는 끝이라는 시각도 있다. 야권은 당장 '김기춘 빠진 인적쇄신은 무의미"하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의 긴 한숨은 두 장수를 잃게 된 상실감을 넘어 "과연 나머지 한 명은 지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비통함의 발로일지 모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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