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통상 1월에 정기인사, 8월에 보완인사를 실시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는 "올해 보완인사는 두 달 빠른 6월에 이뤄지고, 그 폭도 결코 '보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둘러 진용을 갖추겠다"는 이주열 총재의 발언도 이런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4월에 온 이 총재의 포메이션이 6월에야 완성되는 셈이다.
외부 인사로 역시 김 전 총재가 발탁했던 김준일 부총재보의 거취를 두고도 소문이 무성하다. 허재성·서영경 부총재보는 김 전 총재 시절 임명됐지만,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어 이번 인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성급한 인사들은 이미 공석이 된 부총재의 후임 외에 현직에 있는 부총재보들의 후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박 전 부총재의 후임으로는 장병화 서울외국환중개 사장과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등이 거론되지만, 이 총재가 천거를 해도 청와대의 낙점이 필요하다. 부총재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직원들은 부총재가 임명되고 일부 부총재보가 옷을 벗게 된다면, 국·실장급의 대규모 연쇄 이동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경영개선 TF가 내놓을 조직개편의 방향 역시 인사의 폭을 결정할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일각에선 부총재 후보군인 장 사장이나 김 부사장이 한은으로 돌아오고, 이들의 자리에 사퇴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총재보가 이동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지만, 현직들의 관계기관 이동을 터부시하는 요사이 분위기를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시나리오라는 반론도 있다.
한편 임기를 1년여 앞두고 물러난 박 부총재는 최근 "이제 나도 편할 수 있도록, 그리고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를 부탁한다"면서 짧게 심경을 밝혔다. 원망의 단어는 없었지만, 문구의 맥락에서는 사퇴 과정에서 심적 갈등이 적잖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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