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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엄마는 행복했다" 팽목항의 부치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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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싶다. 안고싶다. 만지고싶다' 전남 진도 팽목항 한 켠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남겨놓은 편지가 붙어 있다.

▲ '보고싶다. 안고싶다. 만지고싶다' 전남 진도 팽목항 한 켠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남겨놓은 편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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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전남)=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통화라도 많이 할 걸. 넌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엄마가 숨이 끊어져도 넌 내 가슴 속에서 영원히 함께 할거야. 살아서 널 기다려 미안해. 혼자 먼저 보내서 미안해." (고 김동협 군 어머니)

'어버이 날'인 8일 팽목항 부둣가에는 자식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애끊는 마음을 써 내려간 부모의 편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생전에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엄마, 마지막 인사라도 하게 해 줘 고맙다는 아빠의 글귀가 아이들에게 가 닿을 것처럼 진도 앞바다를 향해 펄럭이고 있다.
사고 첫날부터 이곳 팽목항에서 자녀의 귀환을 기다린 부모들의 편지는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이 나라에 낳아줘서 정말 미안해' '아빠가 항상 미안해. 힘이 없어. 계란말이 해줄게. 빨리 와' '아빠가 미안타. 기다릴게. 꼭 한번 보자꾸나'라는 글귀에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어미와 아비의 비통함이 묻어났다.

'사랑하는 우리 지현아. 빨리 돌아와라. 바람이 너무 차다. 밥먹자' '엄마가 어제 밥 해 놓고 왔는데 먹었니'라며 먼 곳에 있는 아이의 끼니를 걱정하는 부모의 애달픈 심정이 전해지기도 했다.
▲ '건우야 보고싶다. 집에 가자. 꼬옥 같이가자. 아들 사랑해' 전남 진도 서망해수욕장 백사장에 아들의 귀환을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새겨져 있다.

▲ '건우야 보고싶다. 집에 가자. 꼬옥 같이가자. 아들 사랑해' 전남 진도 서망해수욕장 백사장에 아들의 귀환을 바라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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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얼굴을 보여 주고 간 새끼에게 '혜선아 약속 지켜줘서 땡큐' '고맙다. 이렇게 돌아와 줘서.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팽목항을 떠난 가족도 있었다. '세호야 엄마 아들이어서 행복했다'는 엄마의 글에 누군가 '엄마! 난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진짜로'라는 글을 남겨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랑하는 우리 아기 이 할머니가 키워준 우리 재능이 보고싶다. 빨리 엄마 아빠 품에 돌아오기를 빈다'며 손주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손바닥만한 작은 메모지에 꾹꾹 눌러담은 할머니도 있었다.
'살면서 듣게 될까 너의 목소리' '환하게 웃는 예쁜 내 아가! 너무 보고싶어' '아가야 내 아가야 엄마가 안아줄께. 꼭 돌아와' '혼내지 않을테니 빨리 돌아와' '아들. 이제 그만 놀고 나와라. 엄마 죽겠다'며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자식의 빈자리를 그리워했다.

다음 생에서는 못다한 꿈을 펼치기를,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기를 부모는 바라고 또 바랐다. '공주로 태어나서 공주 대접 받으며 살아' '거기서 즐겁고 행복해라' '아들아 어디에 있더라도 네 꿈 꼭 이뤄. 사랑한다 아빠가'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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