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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선수다"…온몸이 무기인 '치열리더' 김연정-박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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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정[사진 제공=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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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스타 치어리더 김연정(24·NC) 씨와 박기량(24·롯데) 씨의 하루는 무대 준비로 시작된다. 메이크업을 하고, 무대에서 활용할 소품과 의상을 챙긴다. 그들을 위한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는 없다. 숙소 생활을 하지 않아 무대에 오르기까지 과정은 모두 본인의 몫이다.

소속사 사무실에 출근해서 음악과 안무, 의상 등을 위한 콘셉트 회의를 한다. 경기장에서 선보일 공연내용을 이 때 확정한다. 그리고 일찍 경기장에 도착해 무대와 공연 내용을 최종 점검한다. 보통 야구장에는 세 시간, 농구장에는 다섯 시간 전에 도착해 리허설을 한다.
김연정 씨와 박기량 씨는 프로야구 선수들 이상으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그래서 팬들은 두 사람을 '치어리더계의 양대산맥'이라고 부른다. 특히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스타로 대접받는다. 응원하는 팀의 홈구장인 사직구장과 마산구장에서는 '여신'으로 통한다. 적어도 경기장에서는 그들의 존재와 동선이 이슈이고, 화제거리다. 이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도 적잖다. 아름다운 안무와 매혹적인 미소는 남성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장 예쁜 치어리더'를 뽑는 설문에서도 1위는 늘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 길거리 캐스팅…어느덧 8년차 베테랑
김연정 씨와 박기량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치어리더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에 발을 들였으니 올해로 8년차를 맞았다. 부산이 고향이고 나이도 스물 셋 동갑이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치어리더가 된 동기는 '길거리 캐스팅'. 김연정 씨는 부산마케팅고등학교 2학년 때 방과 후 친구들과 부산 서면의 한 번화가에 놀러 갔다가 울산 모비스 소속 치어리더라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처음에는 치어리더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김연정 씨는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래서 반신반의했다"며 "그저 '한 번 배워보자'는 생각에서 아르바이트 삼아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신출내기에게 주어진 과제는 정식 응원단원이 아닌 결원을 메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2007~2008시즌 모비스에서는 다섯 번만 코트에 섰다. 재능을 인정 받은 그는 이듬해 창원 LG 응원단에 들어가 정식으로 치어리더 생활을 시작했다.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김연정 씨의 부모는 딸이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원했다. 김연정 씨가 꿈꾸던 승무원이나 공무원이 되길 바랐다. 처음에는 김연정 씨도 같은 생각을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치어리더 생활을 하며 대학에 진학하기로 했고, 전공으로 영어영문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치어리더는 할수록 매력이 있는 직업이었다. 김연정 씨는 "승무원이 되기 위해 영어가 필요했고 그래서 영문학과에 진학했는데 조금 다니다 보니 아니다 싶었다"며 "그 때부터 치어리더로서의 삶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대학에는 휴학계를 냈다"고 했다.

박기량[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박기량[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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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량 씨도 치어리더가 되기 전에는 그저 춤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가수가 꿈이었다. 그는 치어리더 생활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부산 서면 번화가에서 세 차례나 모비스 치어리더 팀원을 만나 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춤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치어리더를 시작했다. 박기량 씨는 "춤을 추고 배운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했다. 더욱이 무대에 올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승무원에 도전해 보려고 항공운송학과에 지원했는데 치어리더로 춤을 추는 생활이 훨씬 즐거웠다"고 했다. 물론 박기량 씨도 가족의 반대를 겪었다. 그는 "아버지 반대가 말도 못할 정도였다. 당시 아버지께서 소속사가 어떤 회사인지 확인하러 다니시기까지 했다"고 했다.

8년차 치어리더가 된 두 사람은 팀 내에서도 최고참이다. 김연정 씨는 지난해 NC에서, 박기량 씨는 올해 롯데에서 치어리더 팀장을 맡았다. 이끄는 팀원도 각각 일곱 명과 여덟 명이나 된다. 박기량 씨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팀원이 없다. 통솔하는 데 큰 어려움을 없고 동생들이 잘 따라와 줘 나부터도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시즌이 교차하는 4·10월이 가장 힘들어
박기량 씨는 지난 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 LG의 프로농구 경기에서 응원을 이끌다 경기가 끝나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병원에 실려갔다. 감기몸살이 심한데 격렬한 동작으로 응원을 이끌다 탈진한 것이다.

프로스포츠 구단 치어리더들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여름 종목이 시작되고 겨울 종목이 끝나가는 '시즌의 교차점'이기 때문이다. 농구와 배구가 시즌을 마치는 시기인 반면 야구는 새 시즌을 시작한다. 업무량은 갑절이 되고 치어리더들의 체력소모가 크다.

더구나 박기량 씨와 김연정 씨가 치어리더로 일하는 농구팀은 올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다. 박기량 씨는 2009년 이후 4년 만에 울산 모비스로 돌아와 응원을 하고 있다. 김연정 씨도 2008~2009시즌을 끝으로 창원 LG를 떠났다가 지난 시즌부터 다시 합류했다. 특히 같은 날 활동 중인 야구팀과 농구팀이 경기를 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박기량 씨는 "최근 석 달 정도는 제대로 쉬지 못한 것 같다"고 푸념했다.

야구와 농구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오전에만 잠깐 쉰다. 오후에는 안무를 익히기 위해 오후 세 시부터 너댓 시간 쉬지 않고 강훈련한다. 특히 시즌이 진행될 때는 새로운 동작을 계속 선보여야 해 쉬는 날도 없이 안무 익히기에 몰두한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오전 열 시에 모여 그 날 공연 내용 등을 점검한다. 경기 전 선수들이 몸을 푸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찍 경기장에 가서 준비를 한다. 경기가 겹치는 날이면 이동 시간까지 고려해 더 서두른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부산 집에 돌아가면 날이 바뀌어 있기 일쑤다. 김연정 씨는 "특히 요즘 같이 하루에 두 경기씩을 하고 나면 집에 올 때쯤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며 "경기장에서는 치어리더로서 힘차고 씩씩한 모습을 유지해야 프로라고 배웠다"고 했다.

김연정[사진=정재훈 기자]

김연정[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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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좋아하는 라이벌…이상형은 "마음 넓은 남자"
박기량 씨와 김연정 씨는 본의 아니게 라이벌 관계가 형성돼 어딘가 모를 어색함이 생겼다고 했다. 특히 둘은 현재 응원하는 구단이 다르지만 2012년에는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낸다.

지난해 김연정 씨가 NC로 팀을 옮기면서 다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현재 김연정 씨는 프로야구 NC와 프로농구 창원 LG,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에서, 박기량 씨는 프로야구 롯데,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프로배구 삼성화재에서 응원을 이끈다. 응원하는 팀들끼리도 라이벌이라 박기량 씨와 김연정 씨의 대결로 보일 정도다.

톡톡 튀는 개성만큼이나 둘은 각자만의 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박기량 씨가 176㎝나 되는 훤칠한 키로 육감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데 비해 김연정 씨는 매력적인 눈웃음과 여성미가 포인트다. 그래서 둘도 "서로 각자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기량 씨는 김연정 씨에 대해 "일을 하는 데 있어 철두철미하고 욕심도 많은 친구"라며 "나와 달리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졌다"고 했다. 김연정 씨는 "(박기량 씨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기량 씨가) 요즘 감기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두 미녀의 이상형은 어떤 남성일까. 박기량 씨는 '믿음이 가는 듬직한 남자', 김연정 씨는 '마음이 잘 통하고 이해심이 많은 남자'를 꼽았다. 특히 박기량 씨는 자신이 응원하는 롯데에서 뛰는 전준우(28), 황재균(27) 선수를 좋아한단다. 그는 "두 선수의 플레이는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하고 믿음직스럽다"며 "조용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서 듬직한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롯데 팬이었다는 그는 올 시즌 롯데의 성적을 "4강 정도는 무난하다"고 예상했다.

박기량[사진 제공=엔터트루 커뮤니케이션]

박기량[사진 제공=엔터트루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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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어리더…"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 됐으면"
두 사람의 꿈은 많은 여성들이 치어리더라는 직업을 좀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치어리더를 여성들이 선망하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으로 만들고 싶단다. 박기량 씨는 "누군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연정 씨는 "적어도 치어리더로 활동하는 동안 열정적으로 일을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치어리더를 여성들이 선호하고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직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치어리더로 일하면서 경험한 어려움도 털어놨다.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에서 자신들에 대해 보도할 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데, 이런 보도 때문에 상처를 자주 받는다고 했다.

박기량 씨는 "특히 야구장에서는 공간이 넓고 여름에 일할 때가 많아 짧은 의상을 많이 입는데 그걸 가지고 '벗고 노는구나' 같은 농담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눈에 보이는 화려함 뒤에는 힘든 점도 있고 때론 감추고 싶은 부분들도 있다"고 했다. 김연정 씨는 "모르는 분들이야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넘어가는데 가끔 주변 분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들을 가지고 나에 대해 얘기할 때는 오히려 더 속이 상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소문에 대해선 "그렇게 받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 만큼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기량 씨는 "부모님들께서 업무강도에 비해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못 따라 주는 점을 많이 걱정하신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달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그들의 새 시즌도 막을 올렸다.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경기장 무대를 빛내야 하고, 뜨거운 여름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프로야구가 끝날 즈음엔 다시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를 만난다. 두 사람은 "새 시즌을 시작할 때는 걱정도 되지만 기대가 더 크다"고 했다. 김연정 씨는 "많이 피곤할 일만 남았다"면서도 "주변에서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 즐기면서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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