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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심은 도민준에 매료됐나"‥로맨스 판타지에 열광하는 이유?

최종수정 2014.04.25 07:19 기사입력 2014.04.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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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최근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강력한 판타지를 제공하며 여심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과거 돈 많은 재벌가 후손인 '실장님' 캐릭터를 대체한 '초능력남'은 비현실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성공 공식을 바꿔 놓았다. ''실장님'은 가난한 여자를 책임지지만 '도민준'은 여성을 이해한다나 뭐라나.'

드라마 뿐만 아니다. 소설에서도 '로맨스 판타지'가 초강세다. 최근은 전자책 읽기가 독서 관습으로 자리잡으면서 'e북' 시장은 로맨스 혹은 판타지가 장악했다. 여기에 이종 교배의 하이브리드형 '로맨스 판타지'는 다양한 소설 기법을 동원, 장르의 벽을 뛰어넘고 있다.
인간과 인간사의 반영물인 소설에서 '로맨스'는 불멸의 주제다. 그러나 로맨스를 다룬 소설은 그저 재미를 추구하거나 여심을 자극하는 하찮은 장르로 취급한다. 게다가 비현실적인 판타지와 결합된 로맨스라면 또 어떤가 ?

2005년 출간, 전 세계 37개국에 번역돼 1억부 이상 팔린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대중화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와 소설로 성공한 '해를 품은 달'(정은궐, 파란미디어) 역시 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이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간하는 격주간지 '기획회의' 365호는 로맨스 판타지가 부상한 배경과 이유, 소설적 본질을 특집으로 다뤘다. 이번 특집은 로맨스소설, 판타지소설 등 장르 문학이 사회문화비평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지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드문 시도로 해석된다. 또한 '재미'와 '유익함' 중 어느 것을 추구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 등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로 오래된 담론이다. 따라서 장르문학에 대한 의견을 모아본다는 것이 가벼워보일지 언정 그 속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중후한 논쟁의 시발점일 수 있다.
특히 지하철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잠시 읽는 것쯤으로 간주돼 왔던 장르소설 중에서도 '로맨스 판타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간 대중소설은 재미에 치우쳐 진지한 주제도, 통일성도 없다고 폄하당했다. 이런 편견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모호해진 오늘날 다분히 문학적 효용성 사이에서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이와 관련, 김성곤 서울대 교수(영문학과, 한국문학번역원장)는 로맨틱 판타지가 부상한 이유를 "우리 현실이 불확실하고 찰나적이며 폭력적이어서 로맨스와 판타지를 통해 위로·안정을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로맨틱 판타지는 궁극적으로 정치적·사회적 비판의 문학으로 읽을 수 있다"며 "문학을 담는 그릇, 즉 문학적 형식은 부단히 변해갈 것이며 변화를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소설가 이문영(파란미디어 주간)은 로맨스 판타지에 대한 정의를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마법, 전설의 괴물이 등장하는 '판타지'와 로맨스가 결합한 형태라고 정의한다. 또한 젊은 여성들이 주 독자층이며 진지한 고민만을 옳은 것으로 포장해 온 유교적 엄숙주의가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자체에 대한 혐오로 작동했고, 오히려 그 와중에 로맨스소설이 전체 소설계의 대표 주자가 됐다고 설명한다.

박지혜 로코코 로맨스팀장은 '로맨스에 세번째 심폐소생술을'이라는 글에서 로맨스소설이 추락할 시기에 드라마화한 것이 첫번째 소생술, 최근 전자책시장 진출이 두번째 소생술이라고 정리하며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유료 연재시스템 등 변화에 대응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재미 추구와 삶의 성찰 등 유익함 사이에서 소설의 역할에 대한 담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미 있으며 유익해야 한다는 논리는 원론적·이상적 의견이다. 그러나 로맨스 판타지에 소설적 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문화콘텐츠라는 측면으로 이해해야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좀 더 사회문화비평가들의 진지한 논의가 요구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도민준 신드롬'에 대한 의견 정도는 활발하게 이뤄져야 마땅하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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