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지난 7일, 프로야구 SK 조인성(39)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났다. SK 구단은 강하게 부인해 확산을 막았다. 이만수(56) SK 감독도 ‘사실무근’이라며 펄펄 뛰었다. 그래서 소문이 유통된 시간은 짧았다.
그래도 시장에 미친 영향은 컸다. 팬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인성의 전 소속팀인 LG의 팬들은 그의 컴백을 둘러싸고 논쟁했다. 그들에게 1998년부터 열네 시즌 동안 LG 안방을 지킨 조인성의 복귀 가능성은 흥분할 만한 화제였다.
조인성 ‘트레이드 요청설’은 ‘좋은 포수’에 대한 한국 프로야구의 갈증이 심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조인성의 나이를 볼 때 어떤 팀이든 그를 영입해도 오랫 동안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각 구단은 조인성의 기량과 풍부한 경험에 관심을 보였다.
주전 포수는 ‘안방마님’이라는 별명처럼 팀의 중심을 잡고 내야를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 궂은일을 도맡아야 하고, 경기를 이끌어간다. 동료 내·외야수 모두 포수를 바라보고 수비한다. 그래서 포수를 ‘야전사령관’이라고 한다.
탄탄한 기본기가 없으면 주전 선수로 홈을 지킬 기회도 없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당시 긴데쓰)와 국내 삼성(1984~1986년)에서 포수로 현역생활을 한 송일수(64) 두산 감독은 “포수에게는 포구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투수 리드”라며 “포구능력은 방망이 실력과 강한 어깨보다 우선하는 가치”라고 했다.
힘은 들고 빛은 나지 않고 책임은 무거운 위치이기 때문에 야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은 포수를 선뜻 맡지 않으려 든다. 하지만 좋은 포수 한 명이 그라운드에서 발휘하는 힘과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양상문(54)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투수가 팀 전력의 60~70%를 차지한다면 이 중 절반 이상은 포수의 몫”이라고 했다. 김정준(44)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포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용호상박의 두 팀이 붙을 한국시리즈라면 결국 포수가 강한 팀이 우승한다”고 썼다.
32년 한국 프로야구를 통틀어서도 좋은 포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이만수(56·SK 감독)와 김경문(56·NC 감독) 등이 이름을 날렸다. 특히 이만수는 1984년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에 오를 정도로 방망이가 강했고, 통산 도루 저지율도 0.380이나 됐다.
도루 저지율은 ‘도루 저지÷(도루 허용+도루 저지)’이다. 도루 저지가 포수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저지율 0.400 이상이면 매우 뛰어난 ‘포도대장’이다. 이만수와 김경문의 뒤를 공수에 걸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포수로는 김동수(46·넥센 코치)가 있었다.
지난 5일 23년 선수생활을 마친 박경완(42)은 투타 능력을 고루 갖춘 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은 SK 투수 김광현(26)이 마운드를 향해 달려오는 박경완에게 모자를 벗고 고개를 깊이 숙인 장면은 포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며, 뛰어난 포수가 동료들로부터 얼마나 큰 존경을 받는지 보여줬다. 김정준 해설위원은 “박경완과 같은 대형포수가 다시 나오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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