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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쓴 여인얼굴에 가득찬 이란詩'…젠더·정치 담은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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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린 네샤트, 알라의 여인들 중 '무언의 애도'

쉬린 네샤트, 알라의 여인들 중 '무언의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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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쉬린 네샤트' 국내 최초 대규모 회고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히잡을 두른 여성이 지친 눈으로 앞을 응시한다.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총이 베일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여인의 얼굴은 이란의 언어인 파르시어로 된 시(詩)로 빼곡하다.
'히잡, 총, 응시, 텍스트'.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이란계 여성작가 쉬린 네샤트(57)의 '알라의 여인들' 시리즈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네 가지 상징요소들이다. 도발적이면서 강렬하고, 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 같은 네샤트의 작품은 세속적이던 율법이 보수화되면서 이란 여성들의 지위가 어떻게 변하게 됐는지를 탐색하고 있다. 작품에서는 이란 여성의 무력함과 강함, 자기희생과 투쟁이라는 이중적인 모습들도 감지된다. 작품에 쓰인 시의 텍스트는 이란 여성작가들의 시와 소설이다.

작가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한 사람의 이란인으로서,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마주하는 이슈들 사이를 항해하는 것, 그것이 내 작업의 본령이다. 그리고 그 이슈는 나라는 인간보다 훨씬 거대하다"라고 말한다.

네샤트의 20년 예술인생을 담은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다. 이슬람 여성의 억압된 삶과 정치적인 자유를 소재로 한 사진 53점과 비디오, 영화 등 영상작품 9점 등 총 62점이 전시됐다. 초기의 사진연작 '알라의 여인'(1993~1997년)과 비디오 3부작 '소란'(1998) '환희'(1999), '열정'(2000)과, 비디오 설치작품 '여자들만의 세상'(2004~2008), 영화 남자 없는 여자들(2009), 사진 연작 '새로운 왕서'(2012) 등을 만날 수 있다.
비디오 3부작인 '소란'은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이란 현실을 감안, 차도르를 쓰고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가사 없이 노래하는 여성과 남성관객들로 빼곡한 객석을 등지고 노래하는 남성을 대비한 흑백 영상작업이다. 이 작품은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남자 없는 여자들'은 1953년 이란 쿠데타를 배경으로 여성 네 명의 삶을 그린 영화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사자상을 받았다.

이번 회고전은 이처럼 여성과 남성으로 살펴보는 젠더적 시각과 더불어 동양과 서구, 전통과 현대 등 이질적인 요소들 사이에서 빚어진 갈등을 예술로 승화시킨 네사트의 작품을 총망라했다.

쉬린 네샤트

쉬린 네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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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의 세상' 중 '뮈니스(Munis', 2008년. 12분 45초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New York and Brussels

'여자들만의 세상' 중 '뮈니스(Munis', 2008년. 12분 45초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New York and Bruss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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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카즈빈에서 태어난 네샤트는 17살이던 해인 1974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17년간 귀국하지 못한 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작가는 이란 사회의 보수화에 따른 이슬람 여성의 억압된 삶과 정치 상황을 소재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업들을 해오면서 네샤트는 반체제인사로 오해받아 테헤란 공항에 구금되고, 영화촬영 중엔 터키정부로부터 감시를 받은 바 있다. 2009년 이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일어난 대규모 시위인 녹색운동에 대해 네샤트는 "그 당시 체포돼 구금되고 살해된 수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한국 전시를 두고 네샤트는 "작품에 담긴 정치적이고 여성주의적 이슈들은 한국 관람객들도 공감할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이란은 전혀 다른 나라이지만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풍부한 전통을 지닌 역사도 그렇고 이슬람 고전 미술의 서체를 작품에 사용하는데, 한국의 서예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단일 관람권 4000원. 7월 13일까지. 02-3701-950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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