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쉬린 네샤트' 국내 최초 대규모 회고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히잡을 두른 여성이 지친 눈으로 앞을 응시한다.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총이 베일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여인의 얼굴은 이란의 언어인 파르시어로 된 시(詩)로 빼곡하다.
작가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한 사람의 이란인으로서,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마주하는 이슈들 사이를 항해하는 것, 그것이 내 작업의 본령이다. 그리고 그 이슈는 나라는 인간보다 훨씬 거대하다"라고 말한다.
네샤트의 20년 예술인생을 담은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다. 이슬람 여성의 억압된 삶과 정치적인 자유를 소재로 한 사진 53점과 비디오, 영화 등 영상작품 9점 등 총 62점이 전시됐다. 초기의 사진연작 '알라의 여인'(1993~1997년)과 비디오 3부작 '소란'(1998) '환희'(1999), '열정'(2000)과, 비디오 설치작품 '여자들만의 세상'(2004~2008), 영화 남자 없는 여자들(2009), 사진 연작 '새로운 왕서'(2012)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회고전은 이처럼 여성과 남성으로 살펴보는 젠더적 시각과 더불어 동양과 서구, 전통과 현대 등 이질적인 요소들 사이에서 빚어진 갈등을 예술로 승화시킨 네사트의 작품을 총망라했다.
'여자들만의 세상' 중 '뮈니스(Munis', 2008년. 12분 45초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New York and Brussels
원본보기 아이콘이란의 카즈빈에서 태어난 네샤트는 17살이던 해인 1974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17년간 귀국하지 못한 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작가는 이란 사회의 보수화에 따른 이슬람 여성의 억압된 삶과 정치 상황을 소재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업들을 해오면서 네샤트는 반체제인사로 오해받아 테헤란 공항에 구금되고, 영화촬영 중엔 터키정부로부터 감시를 받은 바 있다. 2009년 이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일어난 대규모 시위인 녹색운동에 대해 네샤트는 "그 당시 체포돼 구금되고 살해된 수많은 젊은이들의 용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한국 전시를 두고 네샤트는 "작품에 담긴 정치적이고 여성주의적 이슈들은 한국 관람객들도 공감할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이란은 전혀 다른 나라이지만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풍부한 전통을 지닌 역사도 그렇고 이슬람 고전 미술의 서체를 작품에 사용하는데, 한국의 서예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단일 관람권 4000원. 7월 13일까지. 02-3701-950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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