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원자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호복과 장갑,신발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지하 동굴 건설현장. 6월 말 준공과 7월 가동을 위해 막바지 공사가 한 창이었다.
처분장을 관리·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리센터에서 소형 버스로 이동해 들어간 동굴 처분장의 시설은 문자 그대로 어마 어마했다.
너비와 높이가 대형 트럭 두 대가 지나가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경사는 약 10도.터널은 폐기물을 운반하는 운영터널과 공사 당시 나온 암석 등을 밖으로 운반한 공사터널 두개다. 터널 벽은 두께 1~1.6m의 콘크리트와 방수시설로 지하수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고 한다.
20여분 만에 도착한 곳은 사일로 앞. 해수면 아래 100m지점이었다. 사일로는 지름 25m, 바닥에서 천정까지가 50m나 됐다. 사일로는 해수면 아래 130m지점에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일로가 모두 6개 건설됐다. 사일로마다 200 리터 들이 드럼 1만6700드럼을 저장할 수 있다.모두 10만 드럼 규모다.
환경관리센터 관계자는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1978년 가동에 들어가고 현재 23기의 원자로가 가동중인데 지난 36년간 발생한 중저준위 폐기물이 약 10만드럼”이라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굴처분장에 옮기기 위해 폐기물을 관리센터에 일부 옮겨놓고 처분장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건설당시 발생하던 하루 3000t의 지하수는 현재하루 1300t수준으로 줄었고 완벽한 방수처리로 사일로 바닥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다”고 강조했다.
폐기물은 1차로는 높은 압력으로 압축해 드럼으로 넣은 뒤 여러 개의 드럼을 두께 10cm의 콘크리트 저장용기에 넣은 다음 원형 사일로에 차곡차곡 쌓는 방식으로 저장한다. 원형 사일로와 사각형 저장용기 사이의 빈 공간에도 콘크리트 등을 채워넣어 빈틈을 없앨 계획이다.
사일로에 폐기물 저장용기가 가득차면 입구를 두께 2m의 콘크리트로 폐쇄한다.
관리센터는 앞으로 2016년12월 말까지는 2단계로 12만5000만 드럼의 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처분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2단계 공사는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폐기물 드럼을 저장하고 그 위에 흙을 덮는 방식인 천층처분장을 건설한다.
관리센터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동굴처분장과 천층처분장을 동시에 갖춘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된다”면서 “방사성폐기물처분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 건설보다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관리센터에서 이웃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를 비롯해 원자력 발전소가 사용 후 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23개 원전에서는 매년 700t의 고준위 폐기물이 발생한다. 원전 내 보관시설도 2024년 포화상태에 도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중장기로는 80만드럼 규모의 처분장을 건설하는 게 목표”라면서 “중간저장시설건설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침은 국가정책방향, 국내 외 기술개발 추세 등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검토, 결정하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 하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성=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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