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얼굴' 아베, 朴 연설 맨앞서 듣더니 "참배 당연"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참배는 당연하다. 추도 대상은 일본 군인들뿐 아니라 세계 모든 전쟁의 희생자들이다.”
스위스까지 날아가 세계 정·재계 지도자들 앞에 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두고 던진 말이다.
AFP 등 외신들은 아베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해 '아베노믹스'를 직접 설명하며 지지 확보에 나섰지만 오히려 논란만 일으켰다고 평했다.
경제를 논의하는 다보스포럼에서 엉뚱하게 중국·일본 간 갈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은 양국 상황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아베 총리는 클라우스 슈바프 WEF 의장의 소개로 등장해 유창한 영어로 기조연설했다. 일본 총리의 다보스포럼 참석과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적완화 정책을 앞세운 아베노믹스와 엔화 약세 현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참석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베 총리 역시 자신의 경제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일본 경제의 회생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올해 3분기 중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을 예상하고 구조개혁과 법인율 인하 같은 계획도 언급했다. 쌀 생산 보조금 폐지와 전기시장 자유화도 거론됐다. 하지만 우경화 정책과 이에 따른 대(對)중국·한국의 불편한 관계를 우려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자리였다.
아베 총리는 연설 막판에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일본이 또 전쟁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의 군비확산 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북아 군비 지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국방예산의 투명성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국제해양법 준수가 필요하다”며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와 중국이 선언한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에둘러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도 정당화했다. 그는 “야스쿠니란 전쟁 영웅, 국적을 불문하고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곳”이라면서 자신의 참배가 전범 참배를 위한 방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아베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그를 릫트러블메이커릮라고 비하한 중국 석학 우신보(吳心伯) 푸단(復旦)대학 교수의 발언과 대비시켰다. 우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아베 총리의 리더십이 북한 김정은의 리더십과 같다”며 예측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일 간 긴급 대화채널을 마련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아베 총리는 니혼TV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아쉽게도 박 대통령과 악수할 기회가 없었다”며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청중석 맨 앞에 앉아 들었지만 대화나 접촉은 없었다.
한편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다시 비판하고 한·중·일 3국의 화해를 촉구했다.
케네디 대사는 23일자 아사히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미국이 지역 긴장 고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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