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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나는 지금도 꿈 꾼다"‥'우리 시대의 두보'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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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티타임]"나는 지금도 꿈 꾼다"‥'우리 시대의 두보'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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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지금도 나는 젊은 때나 마찬가지로 많은 꿈을 꾼다. 얼마 남지 않은 내일에 대한 꿈도 꾸고, 내가 사라지고 없을 세상에 대한 꿈도 꾼다. 꿈은 내게 큰 축복이다."

'농무'의 시인 신경림(1935∼, 사진)은 황혼녘에 이르러서도 맑은 목소리와 미소를 간직하고 있다. 정정한 풍모는 지금도 청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세월에 비켜나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시인은 "이제 세월과도 친숙해졌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자연의 순리대로 나도 늙었다"고 말한다. 다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은 결코 늙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최근 시인이 내놓은 열한번째 시집 '사진관집 이층'에는 연륜, 삶의 희노애락, 세상에 대한 꿈과 이상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시의 무게만큼은 묵직하고 저릿하다. 또한 맑고 투명한 시편속에는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오롯이 스며 있다. 시인은 지나온 시간들을 흑백 사진첩에서 꺼내 보이기도 하고, 헐겁고 비루한 이들의 삶에 꽃같이 화사한 빛깔을 입혀주기도 한다. 여전히 질박한 서정, 친근한 언어는 시인이 왜 '우리 시대의 두보'인지를 알게 한다.

"나는 두보를 잘 모른다. 두보와 비교하는 것은 감당키 어렵다. 오랫동안 시를 쓰고 꿈을 꿀 수 있었던 것으로 족 하다. 그저 사람이 사람다운 세상, 뭇 생명이 함께 사는 세상을 꿈 꾼다."

시인은 군소리 없이 나이테를 늘려가는 나무들처럼 자신의 삶을 받아 들인다. 그러면서도 생명을 앗아가는 재앙, 환경 파괴, 빈부 등 사회 갈등, 다툼 가득한 세상에 나즈막히 탄식한다. 시인은 “죽도록 싸우기도 하고, 저항도 하고, 미워하는 동안 엄청나게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데 그 본질은 변한 게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탄식은 시인이 꿈 꾸는 세상과 맞닿아 있다.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하여/더불어 숨 쉬고 사는 모든 것을 위하여/내 터를 아름답게 만들겠다 죽어간 것들을 위하여(중략)/이 땅에 땀 흘려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이 땅에 힘겹게 살다 간 사람들과 더불어/ 이 땅에 언제까지고 살아갈 사람들과 더불어"('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하여' 중 일부)

시인은 아직도 꿈 꾼다. 시인의 꿈은 "꽃향기와 새와 벌레의 노랫소리로 하나 되어 뭇 생령이 '더불어' 어우러지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한편 신경림시인은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로 등단해 '농무', '새재', '가난한 사랑 노래' 등 열 한권의 시집과 다수의 동시집, 산문집 등을 남겼다.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목계장터’ 등의 절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로 꼽힌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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