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그날의 기록은 없었다
최규하 前 대통령 유품 1800여점 서울시 기증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7년. 그동안 그가 남기고 간 문서와 유품들이 최근까지 경기도 성남 대통령기록관과 서울시에 기증됐다. 서울시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생전에 거주했던 서교동 가옥을 매입, 지난 10월부터 이곳에서 그가 사용했던 의류, 식기, 가구 등 기증 유품들을 전시 중이다. 최 전 대통령의 유족과 서울시는 9일 뒤늦게 유품 기증식을 가졌다.
이날 최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 씨 등 유족 5명은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박원순 시장을 만나 총 653건, 1822점에 달하는 유품 기증과 관련한 증서를 교환했다. 이 유품들은 대부분 최 전 대통령이 1973년부터 12대 국무총리에 임명돼 삼청동 공관으로 이주하기 전인 1976년까지, 대통령 퇴임 후인 1980년부터 2006년 서거 전까지 30여년 동안 머물던 마포구 서교동 가옥 내부에 있던 생활용품들이다. 서울시는 이 가옥을 지난 2009년 매입해 등록문화재 413호로 지정했었다. 이곳에 소개된 유품 중에는 50년된 선풍기와 당시 영부인이었던 홍기 여사가 사용했던 싱거 미싱, 1원짜리 동전이 들어 있는 지갑, 애연가였던 대통령의 라이터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날 당시 그 내용에 대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비망록'이나 '일기' 등의 기록들은 전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대통령기록관에 대통령직 업무와 관련된 유품들이 들어가 있고, 시 차원에서는 생활사적으로 현대의 문화사를 엿볼수 있는 것들을 모아 공개한 것"이라며 "1972년 건립된 가옥 자체도 서울 주택의 변천사를 보여줄 수 있고, 역사적인 인물들의 생활유품들이 그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품 속에 서거 당시 12ㆍ12사태 등 상황이 기록돼 있을 것으로 추정돼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비망록'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건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까지 같은 사저에서 보관 중이던 문서 2268건, 사진 1만8078건, 선물 등 박물류 1241점 등 총 2만7000건은 국가에 기증된 바 있다.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내진 이 유품에는 최 전 대통령의 연미복과 앉은뱅이 책상,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생활을 했던 홍기 여사의 간병일지와 무궁화대훈장, 취임사, 담화문 자료, 한미정상회담 관련 서류철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자료들 속에서도 고인이 직접 쓴 일기 형식의 비망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박성진 대통령기록관 연구원은 "목록 정리를 모두 했지만 비망록이나 일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단명 대통령이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격당한 10ㆍ26 사태 이후 대통령권한대행을 거쳐 그 해 제 10대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신군부의 압력으로 8개월 만에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그의 재임 중에 12ㆍ12 사태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지만 그는 이에 대해 전혀 증언을 하지 않은 채 2006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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