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에 외부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는 것을 막고 포스코 출신이 될 수 있도록 모양새를 갖춘 뒤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포스코 회장들의 그간 퇴진 방식을 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나 정부도 정 회장이 당장 물러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시작한 국세청의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가 연말께 끝나는 데다 그 결과에 따라 정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도 청와대의 사퇴 압박에 버티다 세무조사 후 검찰의 전 방위 압수수색에 백기를 들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에 이어 정 회장까지 갑작스레 물러날 경우 정권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명예로운 퇴진 방안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거취 표명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는 공식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포스코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차기 회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와 관련, 일부 후보 간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쨌든 포스코 차기 회장을 정하는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는 주총 안건이 한 달 전에 공시돼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1월께 구성될 전망이다. 포스코 정관에는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된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가 사내 등기이사 중 1명을 추천한 뒤 자격심사를 거쳐 후보로 확정하도록 돼 있다.
후보는 주주총회를 거쳐 CEO로 선임된다. 현재 포스코 사내 등기이사는 정 회장을 제외하면 박기홍·김준식 사장과 장인환·김응규 부사장 등 4명이다.
‘낙하산 인사’가 포스코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외부인사를 ‘CEO가 될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해 자격심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 출신 외부인사 3~4명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차기 회장을 논하기는 시기상조지만 내주 직원들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최선의 인사가 임명되길 바라고 있다”며 “포스코라는 글로벌 기업이 정치권의 입김에 놀아나는 악습이 다시는 재연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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