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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저자]유시민 "나는 글쓰기를 생업으로 하는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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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유시민 전 정의당 대표가 경기 고양 자택 '자유인의 서재'라는 내밀한 공간에서 집필의 즐거움을 마다하고 정쟁의 한복판으로 또다시 몸을 던졌다. 최근 내놓은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돌베개 출간)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지금 대화록이라는 희귀한 역사적 자료는 전문까지 공개돼 지금 인터넷공간을 유랑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평가는 없다. 대화록을 둘러싼 정쟁과 정치적 이해 타산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논란의 소용돌이속에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 대화록의 기구한 운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전대표의 저술은 의미심장하다. 평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록'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파장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눈 주인공들은 이미 고인이 됐다. 그러나 6년전의 대화는 망령처럼 우리를 사로잡고 있으며 지난 대선 이후 정쟁에 묶여 있다.

이번 정쟁 역시 유 전 대표에게 있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라는 세속적 직책과 평소 자유인이기를 표방한 자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여기서 유 전 대표는 대화록 해설서라는 방식으로 역할과 자아를 동시에 실현하고자한 것으로 읽혀진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은 대단히 중요한 사료다. 대화록을 정확히 해설해야하는 것은 나의 책무다. 정쟁은 내 몫이 아니나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감수한 바다. 이제 그것마저 다 자유로와지고 싶기는 하다."
유 전 대표는 지난 2월 "생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나 원하는 삶을 찾겠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지 8개월, 간혹 강연에 얼굴을 내비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미완의 정치'는 여전히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중이다. 이번 책은 시대의 논객답게 서슴없이 소용돌이를 겨냥한 돌직구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라는 본격 해설서로 NLL 발언, 사초 실종 등의 논란이 완전히 해소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의 돌직구는 아주 명백하다. 유 전 대표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진지하게 원한다면 누구나 대화록을 꼼꼼히 읽고 깊게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토로한다.

유 전대표는 집필 배경과 관련, "(대화록 해설서를 낸 것은) 예기치 않은 일"이라며 "한국현대사 집필 도중 지난 6월24일 대화록이 첫 공개되면서 지식인이라는 책무 때문에 해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대화록은 상당히 독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처음 읽을 때 흥미진진하면서도 조마조마해 가슴이 떨렸다. 어느 부분에서는 완곡한 표현이기는 하나 강력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가 하면 상대방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는 대목이 여럿 있다. 책을 쓴 이유는 대화록의 의미를 알아보려는 사람이 드문 게 안타까워서다."

이어 유 전대표는 "당초 노무현 재단의 강연 요청에 따라 300매 정도로 1차 작업하고, 홈 페이지에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를 하면서 600매를 정리했다가 이달 초 기존 작업을 보완해 900매로 마무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을 쓰면서 정쟁이나 파장에 대해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닌 듯 하다. "생업이 글쓰는 작가이니 책이 나오면 마케팅도 하고, 독자와 대화 등 강연도 해야 하는데 이번엔 일절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는 말에서 그의 속내가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곧 모든 것이 더 자유로와져 쓰고 싶은 책을 맘껏 쓰고, 또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전 대표의 글과 말은 명쾌하고 단호하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각종 토론에서 정적을 물리칠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게 그의 지지자들의 의견이다. 이번 해설서도 명쾌하기는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과연 NLL을 포기했는지, 반미 발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유 전 대표에게 있어 논객 혹은 에세이 작가로서의 이력은 이미 지난 1985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 당시 법정에 내놓은 '항소이유서'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거꾸로 가는 세계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수많은 저술을 내놓은 바 있다. 유 전 대표는 "정치를 하는 동안에도 내 생업은 작가였고, 한번도 글쓰기를 멈춘 적이 없다"고 할만큼 필설을 즐겨 왔다. 정치, 경제, 역사, 철학, 국제 정치는 물론 천문, 물리, 생물학 등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편력 또한 세상이 다 인정한다. 이번 책 출간 이후 진행중인 한국현대사 집필이 어떤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내놓을 지 자못 궁금하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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