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화록이라는 희귀한 역사적 자료는 전문까지 공개돼 지금 인터넷공간을 유랑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평가는 없다. 대화록을 둘러싼 정쟁과 정치적 이해 타산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논란의 소용돌이속에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 대화록의 기구한 운명이다.
이번 정쟁 역시 유 전 대표에게 있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라는 세속적 직책과 평소 자유인이기를 표방한 자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여기서 유 전 대표는 대화록 해설서라는 방식으로 역할과 자아를 동시에 실현하고자한 것으로 읽혀진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은 대단히 중요한 사료다. 대화록을 정확히 해설해야하는 것은 나의 책무다. 정쟁은 내 몫이 아니나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감수한 바다. 이제 그것마저 다 자유로와지고 싶기는 하다."
유 전대표는 집필 배경과 관련, "(대화록 해설서를 낸 것은) 예기치 않은 일"이라며 "한국현대사 집필 도중 지난 6월24일 대화록이 첫 공개되면서 지식인이라는 책무 때문에 해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대화록은 상당히 독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처음 읽을 때 흥미진진하면서도 조마조마해 가슴이 떨렸다. 어느 부분에서는 완곡한 표현이기는 하나 강력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가 하면 상대방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는 대목이 여럿 있다. 책을 쓴 이유는 대화록의 의미를 알아보려는 사람이 드문 게 안타까워서다."
이어 유 전대표는 "당초 노무현 재단의 강연 요청에 따라 300매 정도로 1차 작업하고, 홈 페이지에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를 하면서 600매를 정리했다가 이달 초 기존 작업을 보완해 900매로 마무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을 쓰면서 정쟁이나 파장에 대해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닌 듯 하다. "생업이 글쓰는 작가이니 책이 나오면 마케팅도 하고, 독자와 대화 등 강연도 해야 하는데 이번엔 일절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는 말에서 그의 속내가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곧 모든 것이 더 자유로와져 쓰고 싶은 책을 맘껏 쓰고, 또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전 대표의 글과 말은 명쾌하고 단호하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각종 토론에서 정적을 물리칠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게 그의 지지자들의 의견이다. 이번 해설서도 명쾌하기는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과연 NLL을 포기했는지, 반미 발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유 전 대표에게 있어 논객 혹은 에세이 작가로서의 이력은 이미 지난 1985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 당시 법정에 내놓은 '항소이유서'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거꾸로 가는 세계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수많은 저술을 내놓은 바 있다. 유 전 대표는 "정치를 하는 동안에도 내 생업은 작가였고, 한번도 글쓰기를 멈춘 적이 없다"고 할만큼 필설을 즐겨 왔다. 정치, 경제, 역사, 철학, 국제 정치는 물론 천문, 물리, 생물학 등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편력 또한 세상이 다 인정한다. 이번 책 출간 이후 진행중인 한국현대사 집필이 어떤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내놓을 지 자못 궁금하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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