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금발의 눈이 시퍼런 외국 아이들이 떼를 지어 등교한다. 인근에 있는 외국인 의료 기관은 북새통이다. 한국의 의술이 최고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단체로 의료 관광을 또 왔다. 해질 무렵에는 카지노에 들러 스트레스를 풀어볼까.
우리 정부는 정확히 10년 뒤인 2022년, 경제자유구역이 이렇게 활기를 띨 것으로 낙관하는 듯하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경제자유구역의 10년짜리 중장기 계획을 보면 그렇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2.0시대'를 맞아 2022년 8개 구역의 개발을 100% 완료하고 외국인투자를 200억달러 이상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내다보기에 앞서 지난 10년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먼저 나온다. 사실 경제자유구역은 10년 동안 '경제'보다는 '정치' 이슈와 맞물려 외형을 넓혀왔다.
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은 '표심'을 위한 것이었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겠다던 정책의 본질은 뒷전일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이 지속됐다고 봐야 맞다. 뒤늦게나마 현 정부는 부실한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지정을 해제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당분간 "신규 지정도 하지 않겠다"며 정치권의 배제를 에둘러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경자구역에 투입한 혈세만 58조원이다. 앞으로도 82조원을 더 쏟아 붓겠다고 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그의 저서 '경제는 정치다'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경제 정책이 성공하려면 우선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해법이어야 한다"며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정책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소통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년 후나 경제자유구역을 둘러싼 책임에서는 모두가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경제 정책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무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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