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는 사람들]조철현 온북 TV 대표 "따뜻한 책세상을 꿈꾸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세시께 조철현 '온북 TV'대표(사진)를 창덕궁 인근 한 식당에서 만났다. 그제사 막 늦은 점심밥을 뜨려는 참이었다. 점심 자리에는 김형수 시인과 이영진 시인이 함께 했다. 대낮부터 막걸리가 돌았다. 바로 직전까지 문단을 대표하는 두 시인과 '온북 TV'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진행했다. 오랜 시간 촬영에 모두들 파김치가 된 표정이다. 그런 와중에도 막걸리 두어잔 돌고 나자 방송국 운영 및 프로그램 등을 논의하느라 여념이 없다.대화 도중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책을 쓰는 이와 책을 전파하는 이의 소통이 사뭇 진지하다. 책이 죽어가는 사회에서 이들은 독립 운동하 듯 책 얘기를 한다. 공중파 방송에서 최고 인기 MC가 책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도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폐지된 판국에 책 살리기에 나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 대표는 물론 시인들의 의기는 범상치 않다.
'온북 TV'는 24시간 동안 하루종일 책 이야기만 내보내는 케이블방송이다. 본래 조 대표는 2003년부터 인터넷 방송인 '온북TV'를 설립, 운영해왔다. 이를 최근 케이블방송 채널로 개편, 전환한 것이다. 온북 TV에서는 매일 30종의 신간 소개, 북 콘서트, 작가의 집 탐방 등 다양한 방송을 진행하게 된다. 또한 출판사들이 꾸미는 '우리 출판사 이 책', '시청자가 꾸미는 '개미 카메라'' 등 다양한 책 관련 내용을 전파한다.
조 대표는 "10여년 동안 적은 예산으로 인터넷 방송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인다. 조 대표는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자비를 들여 문익환, 윤이상, 조태일 평전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고, 실크로드 대장정 탐사, 프랑크푸르트ㆍ이탈리아ㆍ블로냐ㆍ베이징 국제도서전, 박경리 선생 장례식, 고은 시인 시력 50년, 경주 국제펜대회 등 굵직한 기획을 수행해 왔다.또한 2005년 제작한 남북작가대회, 2006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 등은 우리 문화계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조 대표는 진작에 문화예술계의 '메신저'로 통한다. 1980년대 초 대학 시절 '쿠폰 북'을 만들어 성공을 거둘 정도로 사업 수완이 뛰어났다. 지난 94년 방송위원회를 퇴직, 여산통신을 창업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에는 아주 생소한 기업으로 언론사에 출판사의 신간서적 배달을 대행해주는 일을 도맡았다. 언론과 출판사, 독자를 연결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여산통신은 500여 곳의 출판사 마케팅 및 홍보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말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회사 지분 절반을 종업원에게 내놓고 사원지주제로 전환해 다시 한번 이목을 끌었다. 대표직을 사임한 후 그는 케이블 방송국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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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총대를 메고 나서자 출판사, 문인, 도서관, 서점들도 화답했다.이들도 십시일반 자금을 냈다. 일종의 협동조합이나 마찬가지다. 출판사로는 문학동네, 김영사 등 20여곳이 참여했다. 각 출판사는 10계좌 1000만원씩 출자했다. 조대표는"이번 온북 TV 개국을 계기로 출판문화를 알려나가는 것은 물론 귀중한 인문 자료, 현장 등의 영상물 제작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담지 못한 내용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착실하게 이를 축적,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대표는 출판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이전부터 작가로도 활동했다. 공동 집필한 '우리들의 부끄러운 문화유산답사기', 여성 빨치산 허옥선을 그린 장편 소설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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