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인식ㆍ태도도 바뀌어야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 김현석(가명, 28ㆍ남)씨는 근무 중 받은 상처로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고객서비스센터에 근무했던 그는 하루에도 수 십 명의 고객을 상대하며 폭언에 가까운 말을 매일같이 들었다. 싫은 표정 한번 짓지 못하고 무조건 참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불안감과 가슴이 답답해지는 통증을 느꼈고, 결국은 상태가 심각해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 10여 년 동안 유통매장에서 의류 판매를 담당했지만 어느 순간 손님이 무섭다는 이강석(가명, 남ㆍ35), 그는 공황장애다. 자신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일로 손님이 항의하기 시작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초조해진다. 반발도 못하고 속으로만 참다 보니 화장실에서 안정제를 먹고 한참 앉아있는 것으로 하루하루 버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흐트러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요구 받는 감정노동자들.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일터에서 이들이 교육받는 것은 '참을 인(忍)'이다.

화가 나있는 사람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A백화점 매장관리 담당을 맡고 있는 이모 씨는 "고객이 너무 흥분해 대화자체가 불가할 때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땐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억울하더라도 고객의 감정을 건드릴 소지가 있는 말은 삼가 해야 한다"고 후배사원들에게 교육한다. 그는 100% 고객 잘못임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너무 죄송하고요', '얼마나 당황하셨어요' 등 공감하는 멘트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감정 노동자들의 현 주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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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휴대폰 제조업체는 AS센터 직원들을 상대로 분기에 1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악성 손님들에 대한 대처법을 훈련시키기기 위해 롤 플레이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직원들이 직접 손님이 돼 본인들이 겪었던 사례를 재연해 보기도하고 전문강사를 초빙해 '순간적인 화를 참는 기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교육담당 고모 씨는 "교육 중에 (자신의)경험이 생각나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우는 사람도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감정노동자들의 감정치유나 스트레스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 기업에서는 사내 교육이 있을 때 마다 NLP(Neuro Linguistic Programing) 전문가를 초청해 직원들의 심리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은 친절교육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을 돌보고 보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권용민 기자 fest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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