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베트남서 23억달러 규모 발전소 수주…25년간 150억달러 매출 확보
군사작전 같은 수주경쟁…12억弗 경제효과 챙겼다
한전은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이손-2 석탄화력발전소 수주에 대한 낙찰 증서 수여식을 가졌다. 이선민 한전 해외사업개발처장(맨 오른쪽)과 꽝 베트남 산업무역부차관(가운데), 미야타 마루베니 해외사업본부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3번의 위기와 3번의 승부수.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베트남에서 세계적인 발전업체를 따돌리고 23억달러 규모의 '응이손-2' 지역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주한 과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2018년부터 25년간 150억 달러(약 18조원)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 달린 베트남 최초의 대용량 석탄화력발전사업이었던 만큼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피 말렸던 과정을 되짚어봤다.
하지만 한전은 곧 냉정을 되찾았다. 버거운 상대이지만 넘어서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J-파워가 맡던 기술분야를 한전이 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한전은 이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내면서 최종 입찰서를 제출하는 데 성공했다.
2차 위기는 한전의 고집에서 비롯됐다. 입찰 경쟁사는 모두 발전소 건설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 업체를 선정했지만 한전 컨소시엄은 두산중공업을 선택해 많은 우려를 산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상대방의 약점을 적절히 공략했다. 그간 베트남 측에서 자체 발주한 석탄화력발전소가 주로 중국 업체를 통해 건설됐지만 성능과 공기준수 실패, 중국 노동인력 불법 유입 등의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한전의 우수한 발전소 건설과 운영 능력을 강조했다.
한전의 쾌거는 국내 기업들과 함께했다. 이번 사업은 두산중공업이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이 재원조달을 담당한다. 한전은 발전소의 운전ㆍ보수(O&M) 및 연료공급을 맡는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두산 중공업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참여해 국내 경제효과로 12억 달러, 연간 최대 3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전력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좋은 선례를 만든 것이다.
한전의 해외 영토가 넓어진 점도 큰 성과다. 한전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올해 말에 입찰 예정인 인도네시아의 '석탄화력 메가 프로젝트(1800㎿)'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화력발전소 수주는 종전 주력 시장이었던 필리핀에서 동남아 지역으로 시장 거점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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