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에 대한 분명한 구분이 있을까. 투자란 보통 '불확실한 미래 기대이익을 위해 현재의 자금과 시간을 희생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불확실한 만큼 기대이익의 가치와 양이 비례해 커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투기는 '단기간의 큰 이익을 보기 위한 모험적 시도'라고 정의된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로 몰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정이라지만, 따지고 보면 투자와 투기만큼 그 구별이 힘든 것도 없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첫 번째 차이는 기대수익이다. 특정 투자행위가 인간의 '합리적 이성의 범위'를 넘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면 이는 투기에 가깝다. 하지만 투자 수익이 단기간에 높게 돌아올 것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으랴? 따라서 모든 투자는 투기적 요소를 조금이라도 내포하고 있다.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두 번째 차이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에 '대박'을 노린다면 이는 투기에 가깝고, 긴 시간에 걸쳐 '합리적' 수익을 추구한다면 이는 투자이다. 투자와 투기를 본질적으로 구별하는 요소는 '시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과학기술투자에 투자와 투기 이론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혹자는 과학기술투자에 내포된 낮은 성공률과 긴 소요기간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연구개발 투자야말로 투자보다는 투기에 더 가깝다고 공격할 수도 있다. 실제 IMF 경제위기 시절에 기업들이 가장 먼저 투자를 중단한 분야가 바로 연구개발(R&D) 분야였다. 급속하게 얼어붙는 회사여건상 투자에 따른 수익이 가장 불확실한 연구개발 투자가 당장 손볼 수 있는 우선순위 1위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던가?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당장의 생존을 위해 기술개발을 포기하면서 위기는 넘겼지만 기업경쟁력 확충과 도약을 위한 결정적 수단을 잃어버린 상당수의 기업이 그 후 사라져갔다.
경제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기초연구 투자수익률은 연평균 20~30% 수준을 넘는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응용연구나 개발연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기초연구 과정에서 발휘되는 창의성과 혁신성이 높은 투자수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가 추구하는 창조 경제의 방향성에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국민행복시대를 추구하는 박근혜 정부의 4대 과제는 뀬맞춤형 복지 뀬경제 민주화 뀬창조경제 뀬일자리 창출이다. 이 중에서도 창조경제의 실현은 선진경제의 에너지를 창출하는 심장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핵심 수단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기술로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해야 할 주 영역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창의와 혁신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이고 이를 위해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영역은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개발로부터 연구 성과 실용화,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까지 대단히 넓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성과가 단기간에 창출되기 힘든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개발에 소홀할 것이라는 세간의 걱정이 결코 틀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 모험, 창의적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세계적 탁월한 연구 성과만이 높은 투자수익을 얻는 진정한 투자행위이며, 나아가 창조경제의 성공을 이루는 단초가 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소요되는 긴 시간 이상의 수익률로써 보답하는 기초연구와 원천기술개발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당장의 조급증을 버리고 R&D 투자와 과학 기술인을 중시하는 높은 안목이 필요한 때이다.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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