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페이스]클라우스 레글링 ESM 대표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상설 구제금융 기관인 유로안정화기구(ESM)는 유로존 위기를 진화하는 소방소 같은 곳이다.
ESM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돈으로 위기국 지원에 나서는 유럽의 자금줄이다. 내년까지 유럽 국가들로부터 받은 자본 800억유로(약 116조7808억원)로 최대 5000억유로에 이르는 대출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회원국들이 지급보증만 하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와 달리 ESM은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직접 출연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훨씬 강화됐다.
ESM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이 클라우스 레글링 대표(61·사진)다. ESM은 당초 지난해 7월 출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역할과 구제금융 지원 조건의 세부 내용을 둘러싼 회원국 간 견해 차이로 3개월 늦춰졌다. 당시 EFSF 총재였던 레글링은 "유로존 국가들이 약속한 조건을 이행한다면 재정위기가 1~2년 안에 해결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ESM 출범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
ESM에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낸 독일에서 레글링은 '세금을 하수구에 처박는 사람'이라고 비난 받았다. ESM 분담금이 헌법 소원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그는 "독일이 없으면 ESM도 없다"면서 자국민 설득에 나섰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 가진 회견에서 레글링은 "독일 국민 가운데 여전히 ESM의 역할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러나 위기에 빠진 국가를 살리는 것은 유럽 안정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ESM이 유럽에서 맡은 역할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수십년 간 세계를 대상으로 해온 일과 같다"며 "각국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ESM이 하고 있으니 이는 결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레글링은 유럽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는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위기가 계속돼 왔다"며 "그러나 이제 최악의 고비는 넘긴만큼 남은 과제만 잘 해결하면 유럽이 분명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단행된 1000억유로의 그리스 채무탕감(헤어컷)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부채탕감이 아니다"라며 "그리스가 부채상환 능력을 회복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모든 유럽인의 바람"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지나친 긴축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과 관련해 레글링은 "긴축정책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긴장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면서 "특히 그리스처럼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허덕이는 나라는 긴축 말고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 북부 항구도시 뤼베크 태생인 레글링은 함부르크 대학과 루젠버그 대학에서 각각 경제학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5년 IMF에서 출발해 독일 재무부를 거쳐 영국 런던 소재 무어캐피털그룹 이사로 재직했다. 2001년부터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일하다 2010년 EFSF 총재를 거쳐 지난해 ESM 대표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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