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대란 예고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택배업계가 동파 위기에 직면했다. 경쟁적인 단가 낮추기 속에 중소업체 뿐만 아니라 대형 업체들까지 생존을 염려하는 상황에 처했다. 설 연휴 또다시 사상 최대의 택배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단가 전쟁 속에 택배업계는 '택배대란'이 머지 않았음을 염려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최소 500원 이상 단가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택배 단가 인상은 1992년 이후 20여년 만에 이뤄지는 조치다. 현대로지스틱스는 CJ대한통운, CJ GLS, 한진 등과 함께 국내 4대 택배업체로 손꼽힌다. 하지만 더이상의 수익성 악화를 두고 볼 수 없어 단가 인상에 나섰다.

이같은 인상 조치는 경쟁적인 택배업계의 단가 경쟁이 빚어낸 결과다. 택배업계는 최근 10여년간 홈쇼핑과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시장 규모가 매우 커졌다. 택배 물량은 2000년 2억5000만 상자에서 2012년 14억6000만 상자로 480% 성장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확보 혹은 화주 확보를 위해 단가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형태의 치킨게임을 벌였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택배 평균단가는 3500원에서 2460원으로 1040원이 추락했다. 유가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단가를 후려치면서 택배업체들의 속은 급속도로 곪아갔다.

지난해 12월 중견 택배기업인 이노지스는 이같은 단가 경쟁에 염증으로 도산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300억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낮은 단가로 인해 영업이익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ㄱ'택배의 경우 지속되는 적자로 모기업에서 매각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행히 인수업체는 여럿 거론됐으나 매각금액에 대한 협의 결렬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진다.


동부택배는 단가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12월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임금을 10%씩 반납하고 있다.


이같은 단가 경쟁에 따른 고사 위기는 중소 택배업체에서 대형 택배업체로까지 옮겨 붙어, 현대로지스틱스의 단가 인상을 이끌어냈다.


다만 이같은 단가 인상책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기적으로 택배 특수인 설 연휴를 앞두고 단가를 인상한다는 점에서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인상을 씻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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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돈 현대로지스틱스 대표는 "택배종사자와 고객과의 상생을 위한 결정"이라며 "고사직전의 택배업계를 살리고 장기적으로는 유통산업 발전과 택배 서비스의 품질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과 CJ GLS의 합병으로 초대형 택배업체가 탄생하는 만큼 택배업계의 지각변동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택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택배 기사들의 처우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택배 물류가 멈추는 택배 대란까지 예고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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