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상' 믿고 '스마트폰' 샀는데 이럴수가
거성 모바일 피해자 "폰테커 누명 억울해"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피해액 돌려받지 못하면 제 돈으로라도 대신 기계값 물어줘야죠. 저만 믿고 전화를 산 사람들인데…".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순형(가명·31)씨는 의료계에 종사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이달 초 페이백 지급을 돌연 중단해 물의를 빚은 거성모바일 사건의 피해자 중 한명이기도 하다. 페이백이란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수개월 뒤 판매업체가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현금으로 일종의 구매 보조금이다.
그는 "지인들 볼낯이 없다"고 말했다. 거성에서 제공한 페이백 혜택만 믿고 여러 지인들의 스마트폰을 대신 사주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번 사건으로 "좋은 판매자를 알아서 소개시켜주는 기쁨, 남들이 모르는 걸 안다는 자부심이 모두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그는 "피해자 까페 회원 중에는 직장 상사들 전화기를 대신 구매해 줬다가 입장이 곤란해진 분도 계신다"며 "저 같은 경우 지인 가족의 전화까지 사드렸는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구입을 주선한 스마트폰 개수는 10여개에 달한다. 피해액은 대략 400만~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거성측이 페이백을 준다고 암시하며 가입을 권유한 제품은 대부분 6~7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예상 피해금액이 기계값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잠재적인 미래 비용까지 합하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요금제를 마구 바꿀 수도 없다. 총 손실금을 한푼이라도 줄이려면 장기간 사용시 기계값 할인폭이 더 커지는 고가의 요금제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 '진리의 업체'가 '폰 매니아' 농락해 = 평소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는 오프라인 매장, 인터넷 오픈마켓을 이용하다 지난해 3월 '진리의 업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 거성 모바일을 알게 됐다.
쇼핑몰 정보공유 사이트 '뽐뿌'에서 이 회사의 명성을 접하게 된 것이다. 거성은 같은 기종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더라도 할부원금을 다른 곳보다 5~10만원 싸게 부르는 곳으로 유명했다. 대체로 높은 가격대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대신 개통 후 3개월 후에는 적지않은 현금이 본인의 통장으로 들어왔다.
이씨와 그의 동생 등은 거성을 통해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지인 중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스마트폰 판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들에게 거성을 소개시켜줬다.
지난해 12월 아이폰5 판매글이 거성 모바일의 '제2 본부'로 불리던 커뮤니티 '큰별고시원'에 올라왔을 때에도 이순형씨는 지인 3명에게 이 게시물을 소개시켜줬다.
거성측은 당시 "페이백이 없고 할부원금 모두를 받겠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까페 회원들은 거성이 강조한 문구가 다른 색으로 쓰여 있음을 보고 "글자수만큼 현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씨는 "위험성 있다고 경고하는 글이 있었지만 페이백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성측은 약정조건을 지키지 않은 구매자에게까지 페이백을 지급하는 등 회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페이백이 불법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대수롭지 않게 거래를 계속 할 수 있었을까? 온라인으로 휴대전화를 사는 소비자들에겐 '페이백 시스템'이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다.
이씨는 "인터넷에선 보조금지급을 약속하는 수많은 매매글이 올라왔다"며 "거성이 그중에서 조금 더 가격적인 이득이 있는 것으로 알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런식의 온라인 판매를 좌시하거나 암묵적으로 권장해 온 통신사들의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폰테커(휴대전화를 저렴한 조건으로 구입한 후 되팔아 차액을 얻는 이들)'를 양산한 것도 결국 통신사가 가입자수 늘리기에 급급해 편법 할인판매를 좌시한 결과라는 것이다.
◆ "결국엔 자기 책임…폰파라치도 효과 없어" = 이씨는 "이번일을 겪으면서 방통위와 통신사들이 전혀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거성의 판매방식이 사기로 판명나고 통신사에게 소비자 피해보상의 일정책임을 지라는 판결 안나오는 이상 통신사들은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제2의 거성 사태를 막겠다며 나온 불법거래 신고제도(일명 '폰파라치'제) 역시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비웃듯 "쓰던 전화를 가져오면 20만~30만원을 할인해 주겠다"는 등 교묘한 편법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번 사건은 오히려 내가 스마트폰 매니아라서 당한 경우"라며 "앞으로 페이백 운운하는 휴대전화 판매업체를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백에 대해 방통위나 통신사가 책임 져줄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는 걸 소비자들도 알아야 한다"며 "이런 사기 매물을 구매해서 괜히 피해보는 일 없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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