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코리아스탠더드 '난타', 다시 주목해야하는 이유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2013년 난타시대의 제 2막이 시작된다. 올초부터 난타는 전용관 재배치를 통해 새로운 관객몰이에 나선다. 오는 16일 태국 방콕에 해외전용관이 열린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전용관에 이어 두번째다. 또 10년 이상 공연이 펼쳐졌던 정동전용관은 오는 2월1일 서울 충정로에 소재한 구세군 아트홀로 이전한다. 이번 전용관 확대 및 재배치로 난타에 대한 해석이 새롭게 이뤄질 지도 주목거리다.
난타는 문화예술 분야의 '코리아 스탠더드'다. 1800여년전 중국 역사학자 '진수'가 우리 조상을 '가무를 즐기는' 민족으로 칭한 이래 세계인에게 제대로 노는 법을 알려준 작품이다. 지난 16년동안 난타 공연은 전세계 41개국, 250여개 도시에서 총 2만여회에 육박한다.국내외 관람객 수는 통산 81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서울, 제주 등 4개 난타전용관을 찾은 관람객은 104만1600명이다.
이 중 외국인 관람객이 82%(85만5153명)를 차지한다. 외국인의 경우 일본 관람객이 26만859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중국(23만9123명)과 대만(11만8453명)순이다. 그만큼 외국인이 한국 방문 시 꼭 봐야할 관광 목록에 들어있는 문화상품이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전회 매진, 아시아 최초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 등의 신기록들로 이제 한국은 그야말로 '난타의 나라'가 됐다.
난타가 써내려갈 경이로움은 각종 기록에만 있지 않다. 진정한 부분은 한국적 문화공학을 통해 탄생, 해외로 수출된 첫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이다. 난타 이전의 뮤지컬은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서 외국 작품을 가져오거나 번안하는데 급급했다. 창작기법도 모방에 가까웠다. 그러나 난타는 사물놀이 가락의 리듬에 '흥(興)', '해학', '신명', '어울림', '정(情)' 등 한국적 문화 DNA를 담아냄으로써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섰다. 여기서 난타는 더 이상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냐'는 논쟁을 불허한다. 난타는 우리 뮤지컬이 종속에서 해방된 사건이자 선언이다.
우리 문화산업의 육성이 오랜 전통에 대한 적극적인 재해석에 달려 있음을 일깨워준다. 한국 문화의 개성, 보편적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이 바로 우리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의 새로운 생산ㆍ창조기반을 마련하는 길이다. 따라서 낡은 전통의 답습이 아니라 한국적 문화 DNA의 넓이와 깊이를 탐색하는 연구가 더욱 절실한 까닭이다.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은 "한국 문화 유전자를 발굴하는 심층 연구와 대중적 확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문화산업을 제대로 키워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난타에서 '흥(興)', '해학', '신명', '어울림', '정(情)' 등 문화유전자가 '한국적 미학 원리'로 작용한다는 점은 문화생산자들이 여전히 고민해야할 숙제다.
난타는 사물놀이 리듬에 코미디 드라마 요소를 가미해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내용은 세명의 요리사와 지배인의 조카가 주방에서 갑작스레 결혼식 피로연 음식을 장만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다. 칼ㆍ도 마ㆍ냄비ㆍ프라이팬ㆍ접시 등 온갖 주방기구와 일상용품을 사물놀이 장단처럼 두드리며 이야기를 구성해가는 무언극 형태다.
무대에 장승을 세우고 전통 결혼식 장면을 도입하는 등 한국적 풍경을 부각시킨 점도 눈길을 끈다. 대사는 거의 없다. 대신 몸동작과 연주, 알아들을 수 없는 의성어로 이뤄졌다. 재즈, 피아노 선율에 술병과 잔을 수없이 던지고 받는 칵테일 쇼, 불 쇼 등 볼거리로 재미를 더했다.
난타는 음식으로 치면 비빔밥이다. 흥, 신명, 어울림 등 한국적 정서를 다채롭게 버무린 풍성한 놀이판 한마당이다. 주인공들이 서로 화해하고, 관객과 배우가 어우러지는 장면은 품위 있는 익살과 풍자의 조합으로 삶에 대한 관조, 여유의 미학을 선보이며 한국인의 따스한 문화적 재치로 승화시킨다. 우리의 문화유전자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상상력이기도 하다.
칼과 도마, 각종 주방기구를 두드리며 사물놀이 리듬으로 극을 형성해가는 과정은 삶을 신명나게 놀이, 난장으로 풀어가는 조상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주영하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는 "함께 어우러지고, 신명나게 놀고, 흥겹게 살아가는 한국적 정서가 민족,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 보편적 감흥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정과 같은 따뜻한 마음씨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문화코드"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난타의 성공은 문화예술분야에서 언어,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바로 한국적 예술성에 있다는 것을 보다 분명하게 설명해준다. 문화생산자들이 전통을 가슴 깊이 껴안아야만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야 난타의 나라 '한국'에서 난타 이상의 나라'한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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