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관계(兩岸關係)가 부드러워지는 가운데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이 공동으로 프로야구 리그를 개설하자는 대만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며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난달 26일 판리칭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중국과 대만 사이 선수를 교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야구 교류 증진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됐지만, 2002년 4개 구단으로 프로리그를 출범해 아직 수준이 높지 않은 중국과 1954년 제1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필리핀 마닐라) 출전 이후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실력을 갖춘 대만이 야구를 통해 교류한다는 소식은 꽤 흥미롭다.
그 사이 중국 야구는 빠르게 발전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2회 연장 끝에 대만을 8-7로 꺾는가 하면 한국과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을 연출했다. 당시 경기는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중국은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경기에서 또 한 번 대만을 4-1로 이겨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WBC 본선에 직행했다. 반면 대만은 세계 예선을 거쳐 본선에 안착했다.
대만과의 야구 교류 증진은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제 대등한 관계에서 야구 교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대만도 라미고 몽키스 등 달랑 4개뿐인 구단으로는 더 이상 리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본 듯하다. 중국과의 통합리그는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원 배두나 주연의 영화 ‘코리아’를 보며 많은 이들이 탁구와 청소년 축구 남북 단일팀을 떠올렸을 것이다. 1991년 두 종목의 남북 선수들은 힘을 모아 각각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일본) 여자 단체전 우승과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포르투갈) 8강 진출의 성과를 올렸다. 글쓴이는 한 발 더 나아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특정 종목의 남북한 통합 리그가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중국과 대만이 야구 통합리그를 한다면 우리는 축구가 그리 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11월, 막 수원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호 감독이 어느 신문과 한 인터뷰가 떠오른다. 인터뷰의 골자는 한국 축구의 발전과 관련한 것이었는데 북한 관련 내용이 흥미로웠다.
“남북 교류를 위해 북한에 프로팀 4개 정도를 만들어 함께 리그를 하는 것도 생각했으면 한다. 북한과 관계가 있는 기업들이 나서서 팀을 창단하면 축구 교류도 하고 통일도 앞당길 수 있지 않겠는가.”
글쓴이는 그 무렵 동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가상한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다.
“2004년 시즌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는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의 2003년 시즌 1부 리그 성적 기준 16개 클럽이 출전했다. 1라운드 진행 과정에서 구단 재정이 좋지 않은 북한 클럽은 중국 클럽과 원정 경기 때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국-북한 국제선 열차를 이용했고 한국 클럽과 원정 경기를 갖는 북한 클럽은 2003년 상반기 개통된 경의선 임시 도로를 이용했다. 한국 클럽의 경우 C조에 속한 수원 삼성은 압록강 축구단과 신의주 원정 경기 때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전세기로 이동했다. 또 B조의 울산 현대는 4·25축구단이 원산에서 홈경기를 갖겠다고 해 본거지인 울산에서 전세기를 타고 동해 직항로를 이용해 원산으로 갔다. EAFF 챔피언스리그는 원년 시즌인데도 경기당 평균 1만5천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해 동아시아 지역 최대의 축구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남북한 통합 리그를 뛰어넘은 동아시아 리그. 꿈같은 이야기일까. 글쓴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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