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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기업은행장의 '36.5℃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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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 수급자를 行員으로 뽑다
IBK기업은행, 10여명 내주 선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빨리 출근시켜서 월급을 주고 싶어요."
8일 만난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사진)은 "요즘 아주 기분이 좋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신입 행원 공채에서 특히 조 행장을 흡족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 바로 기초생활수급자 특별전형이다. 일반 행원 공채와는 다른 전형을 통해 선발하는 데, 45대 1의 경쟁률을 거쳐 10여명 내외가 다음 주 초 최종 선발될 예정이다.

조 행장은 "기초생활수급 가정 학생의 경우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란 조손가정 출신이 많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애들이 하나같이 얼굴 표정이 밝더라"며 대견해했다.
그는 또 "이들이 쓴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며 "빨리 이들이 기업은행 배지를 달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손자, 손녀들이 당당하게 자립한 모습을 보게 되면 이들을 키운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기쁘겠느냐는 얘기다.

조 행장은 "최종 합격한 이들이 연수를 받으면 내년 1월에나 정식 출근을 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할머니 내복이라도 사다 드리게 당장이라도 월급을 주고 싶은 것이 현재 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신입 행원 공채에 기초생활수급자 특별 전형을 도입한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이는 고졸 채용과 하루 만에 끝내는 이른바 '원샷 인사'로 화제를 몰고 온 조 행장의 또 다른 인사 실험이다. 조

행장은 "현재 최종 면접을 진행 중인데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해온 이들의 진정성이 느껴져 은행장으로서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행장이 처음 이 제안을 내놨을 때는 행내의 우려도 많았다고 했다. 업무능력은 있을 지, 성격이 모나지는 않을 지 등등의 편견이었다. 이 때문에 본인 스스로가 소외계층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고 했다.

조 행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일자리"라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채용한다면 이것이 바로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 행장의 열린 인사는 이미 금융계에선 화제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없다'는 게 그의 인사 철학이다.

조 행장은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은행장까지 될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다 마련해놨다"고 말한다.

기업은행은 하반기 인사에서 운전기사와 보일러공 출신을 지점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가 기업은행 역사상 첫 공채 출신 행장이다.

조 행장은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내년에는 고등학생, 장애인, 취약계층, 지방대, 전문대 출신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한 채용 쿼터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 행장이 꿈꿔 왔던 '열린 채용'의 종결판인 셈이다.

조 행장은 "쿼터제로 못 박으면 누가 행장이 되더라도 쉽게 못 바꾼다"며 "이것이 진정한 개혁 아니겠느냐"고 미소지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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