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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기료 올리라며 도둑맞고, 공돈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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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툭하면 전기요금 인상 타령을 한다. 전기료가 생산원가에 못 미쳐 전기를 팔수록 밑지는 탓에 적자가 쌓인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은 그런 줄만 알고 지난해 두 차례, 올해 한 차례 등 최근 1년간 14.3%나 요금을 올렸어도 크게 불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에서 엉뚱한 곳에 헛돈을 쓰는 등 한전의 부실 운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미운전 상태의 발전기에 최근 3년간 9043억원을 지급했다. 전기를 단 1㎾도 생산하지 않았는데 전력 입찰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간 수천억원의 공짜돈을 준 것이다. 전기 무단 사용, 전력량계 조작 등으로 도둑맞은 전기도 지난 5년간 9178건, 252억원에 달한다. 허술한 운영으로 공돈이 줄줄 새나가고 있는 셈이다.
불합리한 회계로 원가를 부풀린 의혹도 있다. 국회 예산처의 결산 평가에 따르면 한전은 자회사 운영이나 투자자산 매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요금 원가계산에서 뺐다. 그 금액이 5년간 1조29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원가보상율이 실제보다 낮아졌을 게 뻔하다. 그런 한전의 직원 평균연봉은 지난해 7353만원으로 공기업 중 최상위 수준이다. 요금 인상 억제에 사용해야 할 이익을 직원들이 나눠 가진 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전은 요금을 올리려고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가제도와 관련해 얼마 전 해외투자자의 ISD(투자자-국가 소송제) 제소 가능성을 검토했던 게 단적인 예다. 외국인 주주를 앞세워 정부의 요금 인가 권한을 무력화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요금결정 체계를 바꾸려 시도한 것이다.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공익성을 저버린 행태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전기를 도둑맞고 쓰지 않을 돈을 쓰면서 요금을 올려 달라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부실하고 방만한 경영방식부터 뜯어 고치는 게 먼저다.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1조원 가까운 원가절감 노력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다. 한전은 머지 않아 요금을 올려 달라는 말을 다시 꺼낼 게 확실하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경영의 고삐를 조이고 원가체계를 공개한 후 합리성을 가려 소비자 동의를 받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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