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이번 방문은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의 ‘트로이카’ 채권단과 협상 중인 그리스 정부는 메르켈의 방문 성사로 지원의 물꼬가 트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8일 룩셈부르크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가 열렸으며 9일에는 EU 27개국 재무장관회의가 열린다. 18일과 19일에는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EU와 각국은 그리스에 채권단과의 조속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긴축조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에서는 좌·우파 진영 모두에서 ‘반독감정’이 극도로 고조됐다. 지난 제2차세계대전 당시 그리스가 나치 독일군에 점령당했던 역사까지 끌어와 메르켈 총리를 나치에 빗댄 풍자화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이 그리스 채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사실상 독일 국민들의 세금으로 보증을 섰다는 점은 무시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국내에서도 그리스 지원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있다. 집권 보수연정 내에서도 비관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FT는 독일의 이같은 반감에 대해 앞서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서독인들이 상당한 ‘통일 비용’을 치러야 했던 과거가 다시 반복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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