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문재인, 결국 '2002 노무현'에 답있다
안철수와 단일화 등 탕평선대위 구성ㆍ당 쇄신 작업은 과제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16일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의 남은 과제는 뭘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와 당 쇄신 작업, 대선후보 검증 돌파 등 많은 숙제를 안은 문 후보가 강점을 얼마나 부각시키고 약점을 얼마나 보완하는지, 기회를 어떻게 살리고 위협 요인을 제거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 후보의 강점(Strength)은 단연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은 적자라는 점이다. 참여정부 자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아직도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에 강한 애정을 지키는 지지층이 적지 않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경험을 쌓았다는 점 역시 문 후보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대중정치 무대에서 이는 곧바로 표로 연결될 수 있다.
문 후보의 이 같은 강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약점(Weakness)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는 오히려 포용력과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인식될 수 있다. 경선 규칙을 둘러싼 비문(非文ㆍ비문재인) 주자들과의 갈등 과정에서 별다른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고성국 박사는 "문 후보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정운영 능력과 정치력을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빨리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를 대권 주자로 성장시켜 준 '친노(親盧)'라는 자산은 양날의 칼처럼 공격의 대상이 돼 왔다. 최근 '친노 당권파' 2선 후퇴론 등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정한울 EAI 여론센터 부소장은 "문 후보의 단점은 역으로 친노의 대표주자라는 점"이라며 "정치철학이나 전략이 친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보니 자신의 지지기반이 강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위협(Threat) 요인은 더 강하게 불거질 전망이다. 경선 도중 불거진 계파 간 갈등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 후보는 이 문제를 '용광로 선대위'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한 번 불거진 갈등이 쉽게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문 후보 당 쇄신 방안과 관련, "가칭 '정치쇄신특위를 만들어 정당 쇄신과 새로운 정치모양 등에 대한 논의를 모아나가겠다"고 말해 앞으로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밀어붙일 것을 예고했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는 문 후보의 대선 레이스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안 원장은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뒤 며칠 내에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듯 "정치권 밖에서 희망을 찾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면서 당의 "과감한 쇄신과 변화"를 언급했다. 당의 과감한 쇄신과 변화로 정면돌파한 뒤 단일화 시도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기회(Opportunity)를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이다. 문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 중도층 공략에 성공했다. '용광로 선대위'로 당 쇄신 작업을 불협화음 없이 마무리 하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성공해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된다면 문 후보의 표의 '확장성'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당의 내분 수습과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위기이자 곧 기회인 것이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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