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글쓰기를 조롱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설을 써라."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마음대로 상상하여 비약할 때, 말로 쥐어박는 방법이다. "시를 쓰는구나." 이건, 감정에 취해 팩트를 놔버리고 엉뚱하게 미화하는 걸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소설과 시가 어찌하여 기자사회에선 이토록 처참한 몰골이 돼있는 것일까. 소설이 픽션이면서도 갈채를 받아온 것은, 미학적ㆍ철학적 진실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 시 또한 언어를 뒤틀어 발생하는 진실을 접면할 수 있지 않은가. '고양이 불필요'는 김동인의 소설 속의 기생이 먹고 죽은 쥐약 이름이다. '네코이라즈(描いらず)'. 이 쥐약 하나면 되니 굳이 고양이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기막힌 브랜드네임. 그런데 이 시는 코 끝에 점이 있는 고양이가 되어 지붕을 뛰어다니고 있다. 그 고양이가 필요없을 만큼 큰 여자가 되어. 이런 시답잖은 생각들이 당신에게도 부디 재미있어야 할텐데. ㅎㅎ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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