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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보다 못한 집주인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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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상환 압박에 살던 집 세주고 소형 전세 등으로 이동
세입자는 주택 구입 꺼려..입지 좋은 새 아파트 전세 선호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요즘 김모(42세)씨는 이사할 생각만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 그는 지난 2007년 인천 연수구 송도웰카운트 4단지 아파트를 3억4000만원에 사 입주했다. 그때 2억원 가량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고민의 원인이다.

아파트 값이 수천만원 떨어진 상황에서 2010년 대출 만기가 되자 은행에서 담보인정비율(LTV) 초과를 이유로 원금 상환을 요구해 온 것. 그는 살고 있던 집을 1억7000만원 전세로 내주고 1억원을 갚은 다음 청라지구 7000만원짜리 전세아파트로 옮겼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청라지구 입주가 본격화 돼 전셋값이 올라가면서 집주인이 2000만원 올려 재계약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김 씨는 멀쩡하게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입자 보다 못한 처지에 몰렸다.

#경기도 죽전 우미이노스빌에 거주하는 최모(34세)씨. 그는 더 이상 집을 가지고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최근엔 공급면적 85㎡짜리 아파트를 2억원에 전세 계약했다.

정작 최 씨에 안방을 내준 집주인은 입지 조건이 더 안 좋은 용인 처인구로 옮겼다. 월 70만원 정도의 대출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전세를 내주고 나간 것이다. 집을 처분하려 해도 시세보다 30% 이상 낮춘 급매가 아니면 도무지 팔릴 기미가 없었다.
최씨는 "보금자리주택 등에 노크하기 위해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 같아서는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전셋값 상승 부담이 있긴 하지만 1억원 이상 대출을 해 집을 사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주거문화가 역전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5년 전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 이자 부담과 원금 상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 규모를 줄이거나 시세가 저렴한 지역을 찾아나서면서 무주택 세입자 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보유 주택을 팔려고 해도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해 전세금을 받아 빚 규모를 줄인 다음 남은 돈으로 살 집을 알아봐야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 시중은행 평균 LTV는 47.6%로 전년 동기 보다 5% 가까이 상승했다. 대출 원금 상환이 더딘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LTV 60%를 상한선으로 두고 있는 서울 및 수도권의 은행들의 경우 70%를 넘는 대출자가 급증하고 있다.

예컨대 3년 전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6억원을 대출 받았는데 이 아파트 시세가 8억원 언저리로 하락해 LTV가 75%로 껑충 뛰는 식이다.

여기에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상품이 3년 거치, 2년 연장의 구조를 띠면서 지난 2006년 대출한 주택 소유자가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79조5000억에 달한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시중은행들이 LTV 상한선 초과 분에 대해 원금상환을 요구하면서 아파트 보유자들이 목돈 해결을 위해 전세를 놓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들은 아파트 시세차익 기대를 가지고 몇 년 동안 이자를 감당해왔지만, 시세 분출 기대가 꺾이면서 빚이라도 줄여보겠다는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무주택자들은 집 소유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있다. 2년 전 전세대란이 상당 부분 희석된 상태이고 디플레이션 시대에 무리한 대출을 감행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평대 새 아파트가 중대형 못지 않게 설계되는 점도 전세 선호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는 주택담보대출 보다 수천만원 수준의 전세대출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소형아파트 전세값 강세 현상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용면적 62.8㎡ 이하 소형아파트의 지난달 전세가격은 전년동기 보다 7.3% 상승했다. 이 기간 전용면적 95.9㎡ 이상 대형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4.5% 올랐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소형주택 비중 확대 등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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